경찰 내부선 “고래고기 사건 특검으로 진실 밝혀야”
경찰이 올 3월 검찰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를 장문의 불기소 결정문으로 비판한 것과 관련 당시 경찰이 작성한 반박문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 자체를 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잡지 못한 건데, 마치 경찰이 표적수사를 했단 식으로 검찰이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의 청와대 하명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5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월 울산지검이 낸 불기소 결정문에 대해 당시 작성한 반박문을 공개하는 걸 검토 중이다. 지난 3월 울산지검은 울산경찰 수사를 받은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경찰 수사의 문제점을 95쪽이나 되는 불기소 결정문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경찰이 수사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경찰 입장은 다르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해서 모든 혐의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하지만 검찰이 기소 자체를 하지 않아 법원의 판단도 받지 못하고 사건이 묻힌 건데 검찰은 마치 경찰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갖고 수사했다는 식으로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하명수사를 했단 식으로 검찰이 프레임을 만들었단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시 경찰도 검찰의 판단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담은 장문의 반박문을 만들었지만 괜히 검찰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비춰질 걸 우려해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울산경찰 지능범죄수사대가 지난 6월에 만든 50페이지 분량의 반박문엔 검찰의 영장불청구로 인한 수사 방해 내용과 검찰 판단이 법리적으로 어떻게 잘못됐는지 등 검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선 검찰의 청와대 하명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는 불만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백원우 특감반’ 출신 검찰 수사관의 핸드폰을 압수 수색한 데 대해선 명백한 검찰권 남용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핸드폰이 필요하면 검찰이 필요한 부분만 따로 이미징해 가져갈 수 있는데도 압수수색을 통해 사인을 밝혀야 할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며 “특히 검찰이 이 과정에서 서초서장과 청와대 커넥션 의혹까지 외부에 흘렸는데 명백한 경찰 망신주기”라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선 ‘청와대 하명수사’ 논란의 발단이 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특검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야 말로 검찰권 남용의 대표 사례”라며 “피의자는 울산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선임해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를 돌려받고 담당 검사는 경찰이 계속된 요청에도 한번도 조사를 받으러 경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인데 특검으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의 무리한 검찰권 행사에 대한 경찰의 불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이 22쪽 분량으로 정리한 ‘검찰권 남용 주요 사례’ 자료를 보면, 검찰은 전·현직 검찰관계자가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 영장신청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경찰수사를 무력화하거나 주요 사건에서도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거부하는 식으로 수사를 무력화한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 현직 검사를 상대로 한 경찰 수사에서 음주·교통사고를 제외한 일반 사건에서 검사가 경찰 수사를 받으러 출석한 건 단 한번에 불과하다. ‘트럼프가 내정간섭을 했다’는 식의 단순 민원사건은 검찰이 종결할 수 있는데도 부당하게 입건해 경찰에 수사하라고 한 사례도 많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공세가 더 심해져 더는 당하고만 있어선 안 된다는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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