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는 반달가슴곰이 최근 덕유산 인근 삼봉산에서 발견됐다고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4일 밝혔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반달가슴곰의 서식지가 백두대간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과 시민단체인 반달곰친구들은 지리산 외 지역 반달가슴곰 서식 여부를 관찰하던 중 올 9월 2일쯤 반달가슴곰 1마리가 삼봉산 일대의 한 무인카메라에 촬영된 모습을 11월 중순 확인했다.
영상에 찍힌 반달가슴곰은 귀발신기를 착용한 흔적이 없어 자연에서 태어난, 3~4살 새끼와 성체의 중간인 아성체로 추정된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올 6월 전북 장수군에서 발견된 반달가슴곰과는 다른 개체다.
환경부는 이번에 발견된 반달가슴곰의 성별, 부모 개체 등을 확인하기 위해 11월부터 2차례에 걸쳐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과 함께 덕유산과 삼봉산 일대를 조사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반달가슴곰의 동면시기인 12월말 이전에 유전자 표본을 채취할 수 있도록 생포덫(트랩)과 모근채취덫(헤어트랩)을 설치하고 무인카메라도 운영할 예정이다.
삼봉산에서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반달가슴곰이 지리산 권역을 벗어나 백두대간을 따라 확산ㆍ복원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덕유산과 수도산 사이에 위치한 삼봉산은 등산로 등 인위적인 간섭이 적고, 반달가슴곰의 먹이인 참나무류, 단풍취 등이 풍부한 지역이다. 반달가슴곰이 발견된 삼봉산 지점은 수도산과 가야산에서 활동하는 반달가슴곰 KM-53의 활동 경계와 약 10㎞ 떨어진 곳이고, 지리산과는 직선거리로 약 50㎞ 떨어져 있다.
이준희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KM-53의 수도산 이동과 함께 이번에 이 지역에서 새로운 개체가 발견된 것은 민주지산-덕유산-수도산-가야산으로 연결된 권역이 반달가슴곰의 서식에 적합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새로운 개체의 발견은 이 지역에 반달가슴곰 개체군이 자연적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기존 반달가슴곰 공존협의체 활동에 더해 덕유산, 삼봉산 일대 지역 주민과 탐방객의 안전설비 조성을 비롯해 반달가슴곰의 적합한 서식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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