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담당 보좌관은 한일갈등과 관련해 “미국이 관계 개선을 위해 더욱 이니셔티브(주도권)을 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워킹그룹을 시작하는 것도 유익한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빅터 차 보좌관은 4일자 아사히(朝日)신문 인터뷰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움직임이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이 한일갈등에 나선 것과 관련해 2006년 4월 일본 정부가 독도 주변에 측량선을 파견하려고 할 때 한국 정부가 강력 반발하면서 경비정을 파견한 사례를 거론했다. 그는 “당시 미국은 양국 간의 충돌을 바라지 않았다”며 “우리는 양측에 ‘어쨌든 그만 두라’고 했고, 일본은 측량선 파견을 취소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을 언급한 뒤에야 미국이 움직인 것과 관련해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마치 ‘부재’ 상태였다”며 “관계 악화의 발단은 위안부와 강제동원 문제였지만 이에 대해 트럼프 정권은 자신들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7월이 되어서야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한일 양국을 방문해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의 조정을 시작했지만 더 빨리 대응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트럼프 정권의 대응이 늦은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협상에만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고 “한미일 동맹관계를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동맹관계) 유지를 방치해 왔다”고 했다. 이어 “한일 양국에 대한 미군 주둔경비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겠다는 생각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단지 돈이 중요하고 동맹관계는 경시하는 것으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중요 동맹국과의 관계를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미국의 패권 약화가 시작되었다는 견해에 대해선 “미국의 새로운 정부나 2차 트럼프 정권이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갖기를 기대한다”며 “미국이 동맹중시 정책을 다시 취한다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한국, 일본도 동맹관계를 다시 활성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관계에 대해선 “양국 사이에는 신속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역사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일 양국은 북한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이한 안보문제를 비롯한 경제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관점에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적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한국의 진보 정권과 잘 지내는 방안을 찾아야 하고, 문재인 정권도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에 대해 “잠정적인 조치로 협정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과제가 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문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 해결을 위한 시계바늘이 돌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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