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2년 만에 다시 ‘로켓맨’이라고 불렀다. 또 “만약 필요하다면 북한에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며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화술이 자칫 지난해부터 대화국면으로 접어든 북미관계에 상호 적대감을 불러일으켜 이전의 ‘화염과 분노’ 국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70주년 정상회의에 참석차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런던 주영 미국 대사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나라이고, 우리는 그것(군사력)을 쓰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합의에 부응해야 한다.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를 준수하고, 만일 그렇지 않을 경우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메시지인 셈이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아직 신뢰를 갖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김정은은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그를 로켓맨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2017년 9월 유엔 총회에서 김 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후 북한과 협상 무드가 이어지면서 로켓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다가 2년여 만에 다시 거론한 것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에도 압박 메시지를 전했다. 워싱턴에서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과 우리는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들(한국)은 반드시 지금보다 공정하게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드시(should)’라는 강경한 단어를 사용한 점도 이전과 다른 압박으로 해석된다.
또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데드라인이 없다. 여러 가지 면에서 중국과의 합의를 선거 이후까지 기다리는 게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역 합의가 내년 말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로이터는 미중 합의가 내년 말 이후 가능할 수도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유럽 주요 증시가 하락하고,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