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한숨만 늘어가는 전통시장…시장 기능 잇고 있는 곳은 88곳에 불과 상>
전통시장이 대형마트 등에 치여 사라지고 있다. 대구지역 전통시장 150곳 중 기능이 쇠퇴하거나 상실된 시장은 각 39, 23곳으로 전체의 41%에 달한다. 명맥만 겨우 잇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와 기능을 잃은 시장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회에 걸쳐 대구시 전통시장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살펴본다.
3일 오후 2시 대구 달서구 송현동 송현시장. 페인트칠이 벗겨진 건물 1층에 몇몇 점포 문이 열려 있지만 손님은 1층을 통틀어 3명뿐이었다. 대구도시철도 1호선과 273m 4분 거리, 송혁역 1번출구 버스정류장과는 223m 3분 거리의 접근성 좋은 시장이지만 점포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한 때 78개의 점포가 성업을 이루었지만 지금은 8개 점포 1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시장 안은 조명등도 제대로 없어 어두컴컴하고, 방치된 영업 시설과 건축 폐기물이 곳곳에 쌓여 있어 안전에도 위협적이었다.
송현시장에서 30여 년간 영업을 해 온 문모(74) 상인은 “장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사람이 많았지만 인근 대형마트가 들어선 후 발걸음이 줄었다”며 “저렴한 월세와 단골 덕에 장사는 하고 있지만 개선될 여지가 없어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고 토로했다.
동구 신천동 효신시장도 시장 기능을 잃은 상태다. 건물 입구에 ‘효신시장’이라는 철문패가 있지만, 슈퍼마켓과 서예원 등이 운영되고 있을 뿐이다.
효신시장 인근 한 상인은 “수십 년 전만해도 시장 건물 앞길을 따라 노점상들이 가판을 펴고 장사를 할 만큼 사람이 많았지만 인근에 대형마트들이 생기고 난 뒤로는 발길이 뚝 끊겼다”며 “시장 인근 가게들도 비어 거리 전체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전통시장은 총 150곳으로, 공실률과 상인회 유무, 활성화사업 지원 실적 등 지표에 따라 분류한 결과 시장기능이 유지되는 곳은 88곳(59%)에 그쳤다. 시장 기능이 유지되는 곳에서도 △공실률 70% 미만 △상인회 존재 △활성화사업 지원이 있는 ‘기능유지’ 시장이 43곳(29%), △활성화사업 수혜 실적이 연평균 1억원 이상 △특성화 사업 및 시설현대화사업 동시 지원되는 ‘고활성화’ 시장은 45곳(30%)으로 조사됐다.
반면 △공실률 70% 이상 △상인회 부존재 △활성화지원 사업이 없는 ‘기능상실’ 시장은 39곳(26%), 기능상실 시장 분류지표 중 1~2개 지표에 해당하는 ‘기능쇠퇴’ 시장이 23곳(15%)으로 총 62곳(41%)이 시장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서구 성당동 구마종합시장의 경우 ‘2019년도 대구시 전통시장 및 상점가 현황’에는 점포 6곳에 6명의 상인이 종사하고 있다고 조사됐지만 현재 모두 문을 닫고 임대인을 구하고 있는 등 사실상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정천락 대구시의원은 전통시장 관리에 책임이 있는 대구시의 관리 부족을 지적했다. 시가 2002년부터 올해까지 지역 전통시장 95곳에 국비 1,368억원, 시비 372억원, 구비 347억원, 민간 144억원 등 2,233억원을 투입해 시설정비와 아케이드, 주차장 등 총 327개 사업을 지원해 문화 관광형 전통시장으로 탈바꿈 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기능상실 시장은 이곳에서도 소외됐다고 평했다.
정 의원은 “기능상실 시장들은 지원 사업을 추진할 상인회도 구성되지 않고, 상가도 대부분 임대 상인이 운영하고 있어 현실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도 없다”며 “기능상실 시장들의 입지가 대부분 좋아 도시재생사업 관점에서도 활용도가 높기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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