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3일 ‘3대 권력형 비리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를 겨냥한 압박의 고삐를 한층 죄는 모양새다.
한국당 ‘친문 게이트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곽상도 의원 등은 이날 ‘3대 친문 농단’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 의원 108명과 바른미래당 의원 17명 등 125명이 서명했다. 국조 대상은 △청와대와 경찰의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 개입 의혹 △청와대의 유재수 전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 △정권 실세 개입을 통한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이다.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보수 야당은 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경찰 수사에 당ㆍ정ㆍ청이 유기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풀려야 한다고 국조요구서에 담았다. 수사를 이끈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과 송철호 울산시장의 2017년 9월ㆍ12월 2회 접촉, 그해 10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관련 첩보 경찰청 하달,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김 전 시장 의혹 공개 문제제기 등을 들면서다. 특히 한국당은 의혹의 중심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별동대’의 자체 첩보 생산 여부가 필히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별동대 활동 의혹을 받던 수사관의 극단적 선택도 국정조사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선거개입 의혹) 몸통은 청와대, 수장은 대통령”이라며 “이대로 두면 내년 총선은 부정선거가 될 게 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김기현 표적수사’ 의혹뿐 아니라 전반적인 지방선거 정치공작 의혹 조사를 주장한다. 곽상도 의원은 “김병기 방배경찰서장(현 경찰청 테러대응과장)이 지방선거 전 조은희 서초구청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조사하다 안 되니까 업무추진비 조사를 이유로 구청을 압수수색했다”며 김 서장이 지방선거 뒤 청와대 경비업무를 총괄하는 202경비대장으로 영전한 배경 등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에는 △중단 지시의 최종 배후 △유 전 부시장의 경제부시장 영전 경위 △유 전 부시장과 정권 실세들의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인사 문제 논의 여부 규명을 꼽았다. 청와대는 자체 감찰결과 ‘대화방’이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우리들병원과 관련해선 2012년과 2017년 대선 전 거액 대출 과정의 친문 인사 개입 의혹과 경찰 수사 무마 의혹 규명을 꼽는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이날 “(3대 의혹) 논란이 증폭되고 있어 명백한 진상규명이 돼야 한다”며 국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야당과 언론, 검찰을 겁박하지 말고 진실을 고백하라”고 말했다. “한국판 닉슨 게이트가 터지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닉슨 게이트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야당 선거사무실 도청하고 거짓말로 덮으려다 결국 물러난 ‘워터게이트’ 사건이다.
하지만 국조가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이 반대해 교섭단체 3당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데다, 본회의 의결에서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 찬성(148명)이 필요한데 국조를 요구하는 두 보수 야당 의원(125명) 만으로는 미치지 못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