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열린 형사사건공개 심의위 관련, 심의 내용도 결과도 전혀 안 밝혀
“우리도 알 수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
3일 정규영 서울동부지검 ‘전문공보관’이 확실하게 내놓은 유일한 대답은 ‘나도 모른다’ 딱 하나였다.
이날 서울동부지검은 14층 대회의실에서 전문공보관과 출입기자들간 간담회를 열었다.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수사 검사와 언론간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지난 1일시행에 들어갔다. 이 규정에 따라 정규영 동부지검 인권감독관(부장검사급)이 전문공보관을 겸임하게 됐다. 이날 자리는 일종의 ‘상견례’인 셈이다.
기자들은 여러 사안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권력형 비리 의혹이 제기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수사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정 공보관은 “이 자리에서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막아 섰다. 유 전 부시장 사건을 두고 전날 열린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심의위)’가 결의한 공보 기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도 대답은 비슷했다.
‘전문공보관’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정 공보관은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무엇을 언제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수사 과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아예 “수사팀에서 공보자료를 만들어 줘야 언론에 그 자료를 내고 질의 응답을 할 수 있다”고도 했다. 결국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심의위 결정에 따라 전문공보관이 언론을 상대한다고 할 때부터 예견됐던 사태다. 밀행성을 중시하는 검찰 수사의 특성상 심의위가 구체적 수사내용도 모른 상태에서 공개 범위와 기준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불투명하다. 여기에다 결정된 공개범위와 기준조차 밝히지 않는데다, 검찰은 심의위 위원 구성과 선발기준도 공개하지 않았다. 누가 무슨 이유로 공개 비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지 자체가 깜깜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사팀 외부에 있는 공보관이 수사 내용을 전달할 경우 사실상 수박 겉핥기식 설명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추가적인 의문 사항이 생기면 다시 심의위를 열어야 할 지도 모른다. 주요 사건이라는 이유로 기껏 공개한다 해도 극히 일부에 그칠 우려가 있는 셈이다. 사실상 주요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견제할 고리가 없어진 셈이다.
심의위 규정 논란도 이어졌다. 전날 심의위는 유 전 부시장 사건에 대한 공개 기준과 범위를 논의해 결정지었다. 동부지검은 심의위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심의결과도 나오는 대로 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심의위 심의와 의결 자체도 비공개로 하라고 규정해둔 대검 예규를 몰라서 생긴 일이었다. 동부지검은 부랴부랴 “심의위 심의와 의결 내용도 밝힐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 공보관은 “법무부 규정에는 없었는데 대검 규정을 보니까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며 “규정을 미리 숙지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해명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l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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