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ㆍ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오늘은 세계 장애인의 날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따뜻한 방에서 떡 돌리고 맛있는 거 먹어야 하는 기쁜 날인데, 오늘 이 추운 겨울 우리가 왜 여기 나왔습니까. 국회에서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를 위해 법안을 만들고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싸우면서 식물국회를 만들었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 나온 것입니다.”
제27회 세계장애인의날인 3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한 집회에서 백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이렇게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백 대표의 발언에 호응하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해달라고 다시 한 번 요구했다.
전장연 회원 400여 명(주최 측 추산)은 “1992년 세계 장애인의 날이 지정된 지 27년이 지났지만 한국의 장애인과 가족은 여전히 일상적 차별과 배제 속에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현수 전장연 정책실장은 “21대 총선을 앞둔 시점이기도 하고, 20대 국회에서 장애인 생존권 예산이 전혀 논의가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 앞에 모인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전장연은 2014년 유엔이 폐지를 권고한 장애등급제에 대해 ‘장애 등급’이 ‘장애 정도’로 바뀐 말장난에 불과하고 충분한 예산도 반영되지 않아 ‘가짜 폐지’라고 주장했다. 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생계ㆍ의료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 계획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장연은 특히 “장애등급제 ‘진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국가 예산편성에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라며 “대통령 공약도, 보건복지부 장관의 선언도 모두 물거품으로 만들고, 장애인과 가족 및 가난한 사람들의 인간다운 삶을 돈의 논리로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를 겨냥한 전장연은 지난 10월 22일부터 기재부가 건물주인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빌딩에서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 16일에는 국회 및 청와대 앞에서 1박2일 집회도 열었다.
전장연은 “국회는 패스트트랙 정국 속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의 권리를 위한 민생법안과 예산은 뒷전”이라며 “이대로 마무리된다면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로 평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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