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 소환 직전 목숨을 끊은 ‘민정비서관실 특감반’ 출신 A수사관의 빈소를 찾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수사관의 죽음을 비통해 하며 외부 일정을 전면 중단했다.
백 전 비서관은 3일 A수사관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해 조문했다. 백 전 비서관이 A수사관 빈소로 들어서자 유족들은 오열했고, 백 전 비서관은 침통한 표정으로 유족들을 위로했다.
빈소에서 약 20여분간 머문 백 전 비서관은 ‘김기현 사건 첩보 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느냐’, ‘울산서 수사상황을 챙기러 특감반원을 보냈느냐’, ‘고인과 수사 관련 최근 통화한 적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장례식장을 빠져나갔다. A수사관은 백 전 비서관 밑에서 경찰 소속 B총경과 함께 2인 1조로 감찰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민정수석실 내에서 이른바 ‘백원우팀’으로 불리며, 지난해 6ㆍ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경찰의 수사 상황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비슷한 시각에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광철 민정비서관도 A수사관의 빈소를 찾았다. 김 수석은 ‘고인에게 청와대 압력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가 고인에게 어떤 압박을 했다는 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날 빈소를 찾아 2시간 30분 간 머물렀던 윤 총장은 이번 주 예정됐던 오찬ㆍ만찬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대검찰청은 “오ㆍ만찬 간담회는 참석한 분들을 기쁘게 대하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격려하는 자리”라며 “평소 아끼던 수사관의 비통한 소식을 접한 지금은 도저히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A수사관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자필 유서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윤 총장은 옛 대검 중앙수사부 시절 인연을 맺은 A수사관을 각별하게 신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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