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립 후 생활 위한 지원은 소홀… 기업들 채용·직무개발 외면 여전
발달장애인 아들(17)을 둔 민자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충주시지회장은 아들이 언젠가는 장애인 시설에 입소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걱정이 크다. 기업들이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한편, 적합한 직무개발에도 소홀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언젠가 부모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아들을 사회에 붙잡아둘 끈이 없다.
민씨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이 지난 8월 서울의 탈시설 장애인을 조사한 결과, 직장을 갖고 매월 근로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이들의 월수입은 평균 20만1,000원에 그쳤다. 월 평균 가구소득은 95만6,000원에 달했지만, 이 가운데 79%(73만2,000원)는 장애인수당 등 정부나 비영리단체로부터 지원받는 공적이전소득이었다.
정부가 2011년 장애복지법을 개정해 30인 이상 입소시설을 신설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탈시설’ 정책에 시동을 걸었고, 문재인 정부도 지난해 장애인 정책 추진과제에 탈시설을 포함시켰지만 초점을 탈시설에 둔 나머지 시설 밖으로 독립한 이후 생활을 위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장애인개발원의 ‘서울시 장애인 탈시설 종단연구 2019’ 보고서에는 취업을 통한 자립을 꿈꾸기 어려운 탈시설 장애인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입소시설에서 거주하다가 서울시가 제공하는 자립생활주택을 얻어 탈시설에 성공한 장애인 152명을 조사한 결과, 주당 1시간 이상 근로한 비율이 31%에 그쳤다. 전년도 조사(36%)보다도 줄어든 것이다. 상용근로자 비율은 66%에서 48%로 크게 줄어든 반면 임시직 비율은 32%에서 50%로 증가해 고용안전성도 흔들리고 있다.
탈시설 장애인은 일을 하고 싶은데도 자신의 기술이나 직무관련 경험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사실상 구직을 포기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이 없다는 응답자(102명)의 57%가 스스로 ‘일을 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구직활동자 비율이 9%에 그쳤지만, 동시에 83%가 ‘직장에서 일하기 위해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한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 혼자서는 일처리가 서툴러도 근로지원인의 도움을 받으면 작업을 해낼 수 있는데 이 같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사람(39명) 가운데 89%는 ‘향후 구직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해 김태훈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기획실장은 “탈시설 중증 장애인의 경우 신체기능이 떨어져 당장 직업을 갖기는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민간 영역에서 고용을 꺼리는 상황에서 공공일자리부터라도 탈시설 장애인 몫을 늘려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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