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아픔이 새겨진 ‘인천 미쓰비시(삼릉ㆍ三菱) 줄사택(사진)’ 일부가 철거 이후 다른 장소로 옮겨져 복원된다.
3일 인천 부평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군수공장 강제 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인 부평구 부평동 미쓰비시 줄사택 9개동 가운데 4개동이 공영주차장 건립을 위해 철거된다. 구는 향후 건물 복원과 조사ㆍ연구에 쓸 수 있도록 철거 이전에 기록화 사업을 추진한다. 내년 3월까지 실측조사와 현황도면 작성, 해체 공사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내년 4~7월 해체 공사와 건축재 수습, 정밀실측 조사를 실시한다. 이어 내년 말엔 줄사택 사진과 해체 과정 등을 담은 기록화보고서도 발간한다. 부평구는 이를 토대로 해체된 줄사택 가운데 일부 동을 다른 곳에서 복원할 예정이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앞서 3개 동이 주민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해 철거됐다. 철거를 앞둔 4개동을 제외한 나머지 2개동은 활용 방안을 찾고 있는 상태다. 부평구는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위해 철거한 줄사택 1개동에 대해 실측조사와 현황도면 작성을 완료했고 현장에서 기와와 목재 기둥, 벽체 등 건축재를 수습해 임시 보관 중이다. 이 건축재는 내년에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된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1940년대 미쓰비시제강 부평공장에서 일한 조선인 강제 동원 노동자의 사택이다. 건물이 줄을 지어 서있다고 해서 줄사택이라 불렸는데, 현재 한반도에 남은 유일한 미쓰비시의 흔적으로 알려져 있다.
부평구는 지난해 미쓰비시 줄사택 생활사 박물관 건립 사업을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된 뒤 활용 방안을 찾아왔다.
구 관계자는 “미쓰비시 줄사택을 비롯해 반환 예정인 부평 미군부대 안에 있는 조병창과 지하호 등 아시아태평양 전쟁 유적의 가치를 보전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부평이 간직한 역사와 장소의 기억을 다음 세대에 잘 물려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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