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준희가 악플러들을 향한 일침을 가했다.
고준희는 지난 3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 ‘버닝썬’ 사건에 연루된 정준영, 승리 등이 속해 있던 단톡방에서 언급된 이른바 ‘뉴욕 여배우’로 지목되며 오랜 시간 각종 루머에 시달려 왔다. 그 당시 이미 전 소속사와의 전속계약도 만료된 상태였던 고준희는 예기치 않은 루머로 인해 출연을 앞두고 있던 작품에서 하차 통보를 받고, 해외 스케줄 등이 취소되는 등의 피해를 입어야 했다.
그로부터 약 9개월 만에 그는 마운틴무브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새로운 도약을 알렸다. 그동안 집요하게 자신을 괴롭혀 왔던 루머에도 ‘정면돌파’를 택했다. 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고준희는 당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된 이후 그가 겪어야 했던 상황들을 고백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전속계약이 만료됐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소속사에서 계속 러브콜이 왔었어요. 저도 저 혼자 활동을 하는 게 너무 버거울 것 같았고, 결국 새 소속사를 정해야 하다 보니 우선순위를 두고 미팅을 가졌었죠. 사실 회사를 정한다는 건 일종의 소개팅 같다고 생각해요. 만나봐야 아는 거지, 한두 번 만나보고 ‘이 회사, 이 사람이 나랑 맞다’는 걸 어떻게 알겠어요. 모든 게 순간의 제 결정에 달려있고, 책임 역시 제게 있다는 걸 아니까 결정이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럼에도 너무 감사하게도 많은 회사에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조용히 몇몇 회사와 만남을 가졌죠. 그런데 아무리 비밀리에 미팅을 가져도 몇 달 있다가 ‘최종 합의 중’이라는 기사가 나는 거예요. 전혀 만남 이후에 애프터가 없었던 상황이었는데, 또 기사는 ‘불발’이라고 나가버리니까. 마치 제가 소개팅 했다가 차인 것 마냥 기사가 나버리더라고요. 정작 여러 회사들 중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던 회사들은 또 보도가 안 되고, 한 번 본 회사는 다음 날 기사가 나더라고요. 해야 될 게 너무 많은데 회사 미팅 하나하나까지 모두 기사가 나니까 ‘내가 이렇게 이슈의 중심에 있었나’ 싶더라고요. 그 때 미팅과 관련해서 계약 불발 기사와 더불어 이전에 있었던 말도 안 되는 루머까지 더해지면서 악플이 또 다른 악플을 만드는 것을 목격했고요. 많은 분들이 ‘뭐가 있으니까 다른 회사에서도 안 받지’라는 억측을 하시더라고요. 그 때부터는 ‘와, 내가 회사 미팅도 하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죠.”
악플이 또 다른 악플을 낳고, 자신을 둘러싼 근거 없는 루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마치 ‘진실’인 양 포장되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고준희는 누구보다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대중 앞에 선 고준희는 악플러들을 향한 묵직한 소신을 담은 메시지를 전했다.
“물론 대중을 상대하는 직업인 배우를 업으로 하고 있고, 공인이라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평가를 당하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대중 분들도 배우에 대해서 평가를 하고 악플을 달 때는 본인의 글이나 언행이 얼만큼의 무게를 가지는지는 아셨으면 좋겠어요. 저 역시 대중을 상대하는 사람인만큼, 지금의 대중 분들이 얼마나 똑똑하고 수준이 높은지 알고 있어요. 저희에게 멀티를 원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소화하기를 바라시는 것도 알고 있고요. 하지만 그 만큼 대중 분들도 저희를 같이 존중해 주셨으면 해요. 본인의 언행의 무게감도 아셨으면 하고요. 자신의 말 한 마디가 얼마나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인지해야 할 것 같아요. 이건 나이에 관계없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제게 ‘뭔가 찔리니까 저러겠지’ ‘그런게 있겠지’라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계속 하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정말 그런 분들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툭 한 마디 던지고 가는 분들이 대부분이거든요. 저는 원래 성격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편인데, 지난 일들은 가족들이 힘들어하는 모습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내 가족을 지켜야 했으니까요. 정작 당사자인 저에게 진실을 물어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면서, 제가 아끼는 제 주변 사람들에게 더 질문을 많이 하고 그로인해서 그들이 더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거라고 생각하니까 힘들었거든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던 이유요? 멘탈이 강하다기보다는 제 스스로 저를 지켜야지, 저까지 아파버리면 정말 갈 곳이 없잖아요. 그 생각으로 버텼어요.”
올 연말 새 둥지를 찾으며 복귀에 대한 의지를 다잡은 고준희는 다가오는 내년, 빠르게 차기작을 확정 짓고 대중들의 품으로 돌아올 계획이다. 의도치 않게 활동에 빨간불을 켜야 했던 올해의 아쉬움을 어느 때 보다 활발한 활동으로 털어내겠다는 각오를 다진 고준희의 행보에 기대 섞인 응원을 전해 본다.
“꽤 오랜 시간 동안 계획 했던 것들을 못하다 보니 당사자인 제가 제일 속상했죠. 대중 분들에게 보여드리지 못했던 만큼 더 많은 활동을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차기작은 회사를 결정하기 전에도 제안 받은 것들이 있었고, 이적 후에도 계속 검토 중인데 내년 상반기에 빨리 결정에서 밝은 작품으로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또 제가 그 동안은 예능에 울렁증이 있어서 최대한 안 하려고 해 왔는데, 이제는 그 울렁증도 극복을 해서 MC 같은 분야에도 도전을 해 보려고 해요. 많이 기대해 주세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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