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먼 러프 멜버른대 교수 “허용할 수 없는 위험”
“일본 정부 후쿠시마 사고 초기부터 대응 잘못해”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초기부터 연구해온 세계적 방사능 전문가가 내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의 안전을 우려했다. 이 전문가는 일본 정부의 부적절한 방사능 대책을 지적하면서 지금이라도 제대로 대응하라고 촉구했다.
틸먼 러프 호주 멜버른대 노살세계보건연구소 교수는 3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방사능 최대 허용치가 국제기준보다 20배 높은 지역에 선수단이 오래 머문다는 것은 허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후쿠시마 지역에서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는데 여기에 대해 어떤 토론이나 고려가 없는 것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의사인 러프 교수는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핵무기철폐국제캠페인(ICAN) 공동설립자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부터 최근까지 일본을 오가며 방사능 오염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러프 교수는 올림픽 출전 선수들이 젊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어린이, 특히 소녀는 방사선에 노출됐을 때 소년에 비해 실제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40% 이상 높다. 올림픽 출전 선수는 어려서 특히 조심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방사능 수치가 높은 지역에서 일부 종목을 개최하려는 일본 정부를 러프 교수는 비난했다. 그는 “재해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에서 소프트볼, 야구 같은 경기를 개최하는데 ‘우리 재해는 끝났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갔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선수단을 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이라며 “이런 지역은 주민들도 돌아오지 않을 만큼 오염이 심한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사고 발생 때부터 일본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러프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일본 정부와 독립된 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정부, 기관들과 피감기관들 사이에 광범위한 결탁이 있었다. 정부가 공공 안전을 지켜야 할 의무에 있어 전적으로 실패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의 대응은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대피를 8번까지 하는 경우도 있었고, 오염이 적은 지역에서 오염이 심한 지역으로 대피를 한 경우도 있었다”고도 했다.
이후 복구대책도 “아주 심각한 정도로 허술했고, 국민을 보호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러프 교수는 맹비난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에만 신경을 쓰며 방사능 노출 최대 허용치를 1밀리시버트(mSv)에서 20mSv로 올렸다. 이 기준은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공격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식자재를 올림픽 선수단에 공급하려고 한다. 러프 교수는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노출이 되면 그걸로 해가 일어난다. 이 지역에서 난 음식 섭취를 권장하는 건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방식”이라고 꼬집었다.
러프 교수는 “과학자로서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전혀 과학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고 믿는다”며 일본 정부에 네 가지를 촉구했다. △후쿠시마 사태에 대해 자세히 알릴 것 △독립적인 방사선 모니터링 시스템을 확보할 것 △비상사태에 따른 계획을 세울 것 △선수들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게 지원할 것 등이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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