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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웃통 벗어서?” 육군 ‘몸짱 달력’ 소동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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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웃통 벗어서?” 육군 ‘몸짱 달력’ 소동 전말

입력
2019.12.0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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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 위해 희생한 전우 위한 기부” 달력 출시 하루 만에 판매 중지 

 육군본부, 복장 규정 문제 삼다가 사진 수정 후 판매 재개 결정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전투복 상의를 벗은 13명의 군인이 있습니다. 훈련으로 심신을 갈고 닦아 달력을 만든 이들입니다. 군 복무 및 작전 중 다치거나 희생된 전우들을 위해 쓰일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해선데요. 일명 ‘2020 육군 몸짱 기부 달력’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조병우 소령, 문훈배 소위를 포함한 13명의 군인은 육군본부와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장병을 위해 기금을 조성해 사용해왔다는 소식을 알고 이에 보탬이 되고자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콘셉트는 ‘몸짱 달력’이었어요. 경찰이나 소방관들이 처우 개선 및 기부를 목적으로 앞서 많이 만들어 온 그 달력 말이에요.

“사진 촬영부터 제작까지 모두 자발적으로 모여 실시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우들을 잊지 않고 돕고자 기부 달력을 만들었습니다.”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사회적으로는 새삼스러울 게 없었지만, 젊은 군인들의 선한 의지는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빨리 퍼져나갔습니다. 달력도 사고 기부도 하는 ‘착한 소비’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지갑을 열었죠. 판매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구매 창이 열린 뒤 반나절 만에 300여 건의 주문이 들어왔다고 해요. 하지만 다음날, 갑자기 달력을 살 수 없게 됐습니다. 매진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육군본부가 요청해서 그렇게 됐다고 해요.

왜죠? 2일 육군본부 등에 따르면 “기부 달력을 제작한 장병들과 육군본부 간 의사소통이 미흡한 부분이 있었고, 육군본부 측에서 복장 규정 등을 검토 중이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부에서 복장 관련 지적이 많이 나와 승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었다고 알려졌어요.

달력 판매 중지 소식이 알려지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져 나왔어요. 겨울철 웃통 벗은 군인들이 눈밭에서 훈련을 받거나 심지어 바닷물에도 뛰어드는 사진이나 영상이 이미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누리꾼들은 “한겨울 복장 규정 위반 상태로 구보시키는 불법 군인부터 처벌하라(jx***)”, “군대 ‘꼰대’들, 도움 안 되고 세금만 축낸다(ac***)”, “달력 제작 의도를 듣고 ‘복장’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인간은 진짜 복장 터질 인간(최**)”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어요.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2020년 육군몸짱 기부달력. 피트니스스타 홈페이지

육군도 이런 의견을 수용한 걸까요. 달력을 제작한 군인들의 착한 마음씨가 하늘을 감동시킨 걸까요. 제작 의도대로 달력은 판매되고 수익금도 전사 또는 순직한 전우들, 부상당한 장병들을 위해 쓰일 수 있게 됐습니다. 육군 측은 같은 날 “내부 검토를 거쳐 일부 사진을 수정한 후 판매하도록 승인했다”라고 밝혔어요. 그래서 언제 다시 살 수 있냐고요? 오는 9일부터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고 하네요. 지갑 장전, 미리 해두겠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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