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백두산 입구 양강도 삼지연군 관광지구를 찾았다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3일 보도했다. 앞서 올 10월 16일(보도일 기준) 백마를 타고 백두산과 삼지연군을 오른 이후 48일 만이다. 김 위원장은 핵 무력 완성을 선포하고 평화 공세로 돌아서기 직전인 2017년 12월 등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백두산을 찾곤 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을 한 달 여 앞두고 김 위원장의 ‘중대 결심’ 발표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중앙통신은 이날 “인민의 이상향으로 천지개벽된 삼지연군 읍지구 준공식이 12월 2일 성대히 진행됐다”며 “김정은 동지께서 참석하시어 준공 테프(테이프)를 끊으시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2016년부터 김 위원장 지시로 삼지연군을 리모델링하고 관광지구로 조성하는 대규모 공사를 진행해왔다. 내년 노동당 창건일 75주년(10월 10일) 최종 완공이 목표인데, 이날 2단계 공사 완공을 기념해 준공식을 개최한 것이다.
통신은 “삼지연군 꾸리기 2단계 공사의 완공을 통해 당의 영도 따라 일심단결과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용용히 나가는 조선의 대진군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으며 그 길에서 우리 인민은 승리와 영광만을 떨치리라는 철리를 조국청사에 또 한 페이지 긍지 높이 아로새겼다”고 강조했다. 북한 ‘2인자’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준공사에서 “삼지연군 읍지구 건설이 완공됨으로써 당과 인민의 혼연일체의 불가항력적 위력과 우리 국가의 무한대한 자립적 발전잠재력이 만천하에 과시됐다”고 말했다.
백두산과 삼지연은 김일성 주석의 항일혁명활동의 성지(聖地)이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태어난 장소라고 북한이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곳이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정치ㆍ외교적 고비가 올 때마다 이 곳을 찾아 중대 결정을 내리곤 했다. 장성택 처형 직전인 2013년 12월,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3주기 탈상을 앞둔 2014년 11월, 비핵화 대화에 본격 나서기 전인 2017년 12월 등이 그 예다. 최근엔 올 10월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올라 “적대 세력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으로 의연 어렵고 우리 앞에는 난관도 시련도 많다”며 자력갱생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백두산행(行)이 김 위원장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연말을 한 달 여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미 그가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접고 내부적으로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사실상 ‘핵 보유국’으로서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 관광산업 육성 등을 토대로 대북 제재 국면을 헤쳐 나가겠다는 것이다. 반면 이번 행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연말까지 새로운 계산법을 내놓지 않으면 대화의 판을 깨겠다’는 대미 압박용이라는 해석도 있다.
조성렬 북한대학교대학원 초빙교수는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36차 세종국가전략포럼’ 발제문에서 연내 2차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지 못할 경우 북한이 “2020년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내년 11월 3일 미국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반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남북 및 북미 대화 단절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조 교수는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더라도 사실상 ‘레드라인’인 핵 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하지 않으며 대화의 공간은 열어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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