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리오넬 메시(32ㆍ바르셀로나)가 6번째 발롱도르 트로피를 품었다. 메시는 라이벌이자 발롱도르 5차례 수상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ㆍ유벤투스)를 따돌리고 역대 최다 수상자로 우뚝 썼다. 손흥민(27ㆍ토트넘)은 30명의 최종후보 가운데 22위에 오르며 아시아 선수론 역대 최고 순위를 기록, 현존 아시아 최고 축구선수임을 입증했다.
메시는 3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9 발롱도르 시상식에서 남자 선수 부문 발롱도르 트로피 수상자로 선정됐다. 프랑스 축구전문 잡지 프랑스 풋볼이 주관하는 발롱도르는 한 해 최고 활약을 펼친 선수에게 주는 상으로, 전 세계 언론인으로 구성된 기자단 투표로 결정된다. 1956년부터 시작된 이 시상식은 축구선수를 대상으로 한 시상식 가운데 최고 영예로 꼽힌다.
올해 메시의 수상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지난 시즌 리버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큰 공을 세운 네덜란드 국적의 버질 반 다이크(28)와 2파전 구도였는데,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에서 리그 36골을 포함해 시즌 51골을 몰아넣은 메시가 더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다. 메시는 지난 9월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는 ‘더 베스트 FIFA 풋볼 어워즈 2019’에서도 ‘올해 최고의 선수’로 선정된 바 있다.
메시가 발롱도르를 수상한 건 2015년 이후 4년만이다. 2016년과 2017년은 호날두가, 지난해는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34ㆍ레알 마드리드)가 수상했다. 이날 메시의 발롱도르 수상 현장엔 반 다이크도 직접 참석해 ‘2인자의 품격’을 보였다. 반 다이크는 발롱도르 수상을 놓치고도 현지 언론을 통해 “나는 발롱도르 수상에 근접했지만, 저런 선수(메시)가 존재했을 뿐”이라며 “메시의 위대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발롱도르 주인공이었던 모드리치도 이날 시상식에 기꺼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메시가 소속된 바르셀로나의 라이벌 팀인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기도 한 모드리치는 시상식을 마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축구, 그리고 스포츠에서 이기는 게 전부는 아니다”라며 “동료와 라이벌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3위 호날두는 파리 대신 세리에A 시상식장으로 향했다.
메시는 수상 소감을 통해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아내가 나에게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말고 실력을 키우면서 계속 축구를 즐기라는 이야기를 해줬다”며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메시는 이어 “아직 아름다운 세월이 많이 남아 있고, 시간은 빨리 흐르는 만큼 축구를 즐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국 선수로는 설기현과 박지성에 이어 세 번째로 발롱도르 후보에 포함된 손흥민이 22위를 차지하면서 역대 아시아 선수로는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기존 아시아 선수 최고 순위는 2007년 이라크의 유니스 마흐무드(36)가 기록한 29위였다. 현존 아시아 축구선수 가운데 최고임이 입증된 셈이다. 한편, 올해 처음 도입된 ‘야신 트로피’의 주인공은 리버풀(잉글랜드)의 수문장 알리송(27ㆍ브라질)에게 돌아갔고, 발롱도르 여자 선수 부문은 미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메건 라피노(34ㆍ시애틀 레인FC)가 차지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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