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2일(현지시간)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들이 유럽 전역의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유럽 동맹국들을 향해 촉구했다. ‘화웨이 때리기’를 통해 중국 압박에 또다시 나선 폼페이오 장관은 이 과정에서 화웨이와 대비되는 ‘좋은 기업’으로 삼성을 꼽기도 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기고한 글에서 5G 통신망 구축과 관련해 “지도자들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EU) 정보통신 장관 회의를 하루 앞두고, 화웨이 장비를 활용하는 유럽 국가들에 경고를 보내는 한편, 대대적인 ‘반(反)화웨이’ 공동전선을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고문에서 5G 통신망이 곧 중요한 기반 시설을 포함해 삶의 모든 측면에 적용될 것이라면서 “혁신적인 새로운 기능은 자율주행차ㆍ인공지능ㆍ스마트그리드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에 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5G 통신망이 구축되는 방식을 보면 통신망의 일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거기엔 너무 많은 것이 걸려 있어 신뢰할 수 있는 기업들이 ‘정보 동맥’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유럽 국가들은 화웨이나 ZTE 같은 중국 대기업들이 중요한 기반 시설을 통제하도록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화웨이에 대해서는 스파이 행위, 지적재산권 탈취, 뇌물수수와 부패한 관행 등 각국에서 연루된 문제를 일일이 열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또한 “한국 기업인 삼성이 그렇듯 (스웨덴의) 에릭슨, (핀란드의) 노키아와 같은 유럽 기업들도 고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춘 5G 장비들을 생산하고 있다”면서 화웨이의 대안으로 삼성을 거론했다.
그는 이어 “공정하게 경쟁하는 합법적인 상업 행위자들”이라고 이들 기업을 추켜세운 뒤 “법의 통치를 준수하고 그들의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지는 민주국가들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화웨이와 ZTE가 자사 통신장비를 통해 오가는 정보에 접근해 중국 정보당국에 이를 빼돌린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를 이유로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화웨이를 거래금지 대상 기업 목록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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