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운하 당시 울산청장 “토착 비리 경험 많아 발탁”
김기현 동생, 건설업자가 고발… 檢 송치 후 무혐의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해 울산시장 선거에 대해 선거 무효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과 관련, 검찰이 김기현(60) 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경찰 수사를 원점에서부터 재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시장 수사를 벌였던 경찰 수사팀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수사팀과 유착된 지역 건설업자에 의한 청부수사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시장 관련 의혹 수사팀은 2017년 10월 구성됐다. 당시 울산경찰청에 부임한 지 석 달쯤 됐던 황운하(57) 대전경찰청장은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 팀장으로 A경위를 발탁, 그에게 수사를 맡겼다. 황 청장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김 전 시장 사건을 맡았던 이전 수사팀이 허위보고를 한 정황이 있어서 지역 토착 비리 수사 경험이 많은 A경위를 발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경위는 김 전 시장 측을 경찰에 고발한 지역 건설업자 B씨와 오랜 유착 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인 박기성씨는 “A경위가 2015년 3월 형의 사업장에 찾아와 경쟁업체가 아닌 B씨 회사가 건설사업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A경위는 옛 사업 이야기까지 꺼냈다. 그는 “예전에 B씨가 사업을 따게 해주면 김 전 시장 동생에게 30억원을 주겠다는 계약을 맺었다”며 용역계약서를 들이댔다. B씨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지 않으면 옛일까지 끄집어 내 김 전 시장의 동생을 물고 늘어지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었다.

괜한 말이 아니었다. A경위가 지수대 팀장으로 발탁된 지 석 달쯤 지난 2018년 1월 B씨는 실제 김 전 시장 동생을 변호사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수사를 맡은 울산청은 김 전 시장 동생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김 전 시장 측도 가만 있지 않았다. B씨에게 협박당한 비서실장 박씨의 형은 지난해 3월 서로 짜고 청부수사를 벌인다며 A경위와 B씨를 울산지검에 고발했다. 검찰은 A경위가 김 전 시장 측을 협박하고, 김 전 시장 관련 수사 내용을 B씨와도 공유해왔다는 사실을 확인, A경위를 구속 기소했고 B씨도 기소했다. A경위에 대한 1심 판결은 다음달로 예정되어 있다.

문제는 황 청장이 A경위와 B씨간 유착 관계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있었느냐다. 당시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측에서는 ‘A경위와 B씨의 유착관계는 울산 지역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실제 이 때문에 A경위를 지수대 팀장으로 발탁할 당시부터 울산청 내부에서 ‘나중에 문제될 소지가 있다’는 반대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설령 A경위가 B씨와 친분이 있었다 해도, B씨가 고발인인 사건에서 고발인 사정을 잘 아는 수사관이 수사를 하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며 “A경위 발탁에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김 전 시장 측을 수사하려면, 김 전 시장 측과 연결되지 않은 수사관을 써야 수사동력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본보는 지난 9월 보석으로 풀려난 A경위에게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 착수 경위 등에 대한 입장을 수 차례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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