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단 사상 최고액
37년간 함께 불도를 닦아온 두 여성 불자가 인도에 한국 사찰을 짓는 데 써달라며 대한불교조계종에 현금 50억원을 기부한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종단에 낸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이다.
법명(法名)이 설매(73)와 연취(67)인 두 보살은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50억원을 기부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설매 보살은 이날 “우리는 잠시 돈을 가지고 사용하다가 빈몸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그것을 어디다 남겨둔다기보다 (돈은) 삶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연취 보살은 “부처님의 업을 다시 펴는데 (기부금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두 도반(道伴)의 기부는 설매 보살이 먼저 1억원을 준비하며 시작됐다. 연취 보살은 본인 소유 건물을 판 돈으로 나머지 49억원을 마련했다.
두 보살은 1982년쯤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 6살 위인 설매 보살이 연취 보살을 석가모니 가르침의 길로 본격 인도했다. 연취 보살은 “오늘이 있기까지는 부처님 가르침을 손수, 몸소 가르쳐 주신 (설매 보살) 덕분이 아닌가 하다. 제가 불자로서 귀의하게 됐고, 오늘의 이런 불사도 하게 됐다. 도반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활짝 웃었다. 두 보살은 내년 2월말까지 현금으로 50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이들은 조계종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지을 때 건립비용으로 자신들이 낸 기부금을 활용해달라고 했다. 인도 부다가야는 석가모니가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대표적인 불교 성지이다. 또 현지에 사찰을 건립하면 그 이름을 분황사(芬皇寺)로 지어줄 것을 조계종 측에 요청했다.
조계종은 두 보살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 건립비로 써달라는 의향을 밝힌 만큼 기부금 상당액을 사찰을 짓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두 불자는 그 동안 불교계 비정부기구(NGO) 지구촌공생회의 후원자로서 몽골 유치원과 룸비니 초등학교, 케냐 여학생 기숙사 건립에도 동참해왔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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