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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도 없는데…올해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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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도 없는데…올해 ‘역대 최저’ 물가상승률 초읽기

입력
2019.12.03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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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물가 0.2% 상승… 올 연간 물가도 0.4~0.5% 그칠 듯

농산물ㆍ석유류 뺀 근원물가도 1999년 이후 가장 낮을 전망

정부는 “폭염, 복지 요인때문”이라지만… ‘만성 저물가’ 대책 시급

{저작권 한국일보}수정소비자물가 상승률-박구원 기자/2019-12-0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수정소비자물가 상승률-박구원 기자/2019-12-02(한국일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 안팎에 그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과거 물가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했던 때는 외환위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같은 ‘위기 국면’뿐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이렇다 할 위기 없이도 오히려 더 낮은 물가가 현실화되는 셈이다. 국내외 기관이 전망하는 내년 물가도 크게 오를 기미가 없어, 우리 경제의 소비활력이 구조적으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현실이 된 사상 최저 물가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104.87ㆍ2015년=100 기준)는 작년 같은 달보다 0.2% 상승했다. 비록 3개월 연속(8월 0.0%, 9월 -0.4%, 10월 0.0%) ‘제로 이하’ 물가에서는 벗어났지만, ‘1% 이하’ 저물가는 지난 1월 이후 11개월째로, 종전 기록인 10개월(2015년 2~11월)도 갈아 치웠다.

이로써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도 0.4~0.5% 수준에 머물 공산이 커졌다. 11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은 0.4%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12월 물가 상승률이 전월 대비 0.1%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은 약 0.4%로 예상된다.

이는 기존 최저 기록(2015년 0.7%)을 훨씬 밑도는 수준이다. 역대 물가상승률이 1%에 못 미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8%)과 국제유가 급락, 메르스 충격이 덮쳤던 2015년 두 차례뿐이었다.

◇정부 “폭염 사라지고 복지 늘린 영향”

특히 주기적으로 물가를 출렁이게 만들었던 농산물과 기름값을 제외한 ‘근원물가’마저 역대급으로 낮아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지난달 근원물가는 0.9% 상승에 그쳤다. 이대로라면 올해 근원물가 역시 1%에 못 미쳐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0.3%)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지만 정부는 저물가의 원인으로 △지난해 농산물 가격 폭등의 기저효과 △유가 하락 등 공급 요인 △무상 급식ㆍ교육 등 정책 요인 등을 꼽고 있다. 기술 발전과 글로벌 분업으로 생산단가가 낮아지고, 이른바 ‘아마존 효과’로 불리는 온라인 유통 혁신이 전반적인 물가를 낮추는 가운데 올해는 여러 특이요인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농산물 가격은 폭염이 휩쓴 작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8~11월 전년 대비 9.3~15.2% 급등했던 농산물 가격은 올해 같은 기간 반대로 -5.8~-13.8%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배럴당 65.6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도 올해 11월 61.9달러까지 낮아졌다. 여기에 고교 3년생 무상교육으로 고등학교 납입금이 작년보다 36.2% 줄고 무상급식으로 학교 급식비가 57.9% 하락하는 등 복지정책 효과도 겹쳤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공산품과 서비스물가 상승률을 의미하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은 가전제품 등 내구재 가격 상승률이 둔화한 것과 집세, 교육비 등 서비스 분야의 물가 상승률 둔화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디플레, 정말 없을까

그럼에도 시장과 학계에서는 근원물가마저 낮은 기현상을 두고, 경제의 소비활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의 전조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3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1%대(2015년은 0.7%)에 그쳐,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올해 기준 2.0%)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올해 이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낮았다면 내년에는 기저효과 때문에라도 대폭 올라야 하는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예측한 내년 물가상승률도 0.6~1.1%에 그친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정규철 KDI 연구위원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의 중장기적 하락 추세가 지속되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통상적인 수요, 공급 충격에도 물가가 일시적으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시행할 때는 저소득층으로 소득이 이전되면 자연스레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이들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소비를 늘리지 않았다”며 “저소득층의 근로소득까지 늘릴 수 있는 산업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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