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의 대항마는 누가 될 것인가.’
내년 2월 3일 미국 대선의 시작을 알리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민주당의 후보 구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려 17명이 대권 도전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미 언론은 1일(현지시간) 민주당 경선 판도를 ‘혼란(confusionㆍ워싱턴포스트)’ ‘혼돈(chaosㆍ악시오스)’ 등으로 규정하며 전례 없는 대선 레이스를 조명했다.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초반 4개주 경선에서 현재 4강을 형성한 후보들이 승리를 나눠가질 것으로 예측했다. 아이오와는 피트 부티지지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뉴햄프셔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네바다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각각 이기는 시나리오다. 10개주 경선이 동시에 열려 분수령으로 꼽히는 ‘슈퍼화요일(3월 3일)’을 앞두고도 절대 강자 없는 지금의 판세가 석 달 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악시오스는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4개 주를 버리고 슈퍼화요일에 전력투구하기로 한 것도 확실한 선두주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진단도 비슷하다. WP는 “유권자들은 위험을 피하면서 영감을 줄 수 있는 후보를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1년이 넘게 유력 후보가 나오지 않자 중도층을 겨냥한 표심을 흡수하면서도 민주당의 진보 정체성을 지키는, 다시 말해 현실과 이상이 두루 결합된 대표자를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급진적인 진보경쟁은 위험하다”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다음, 온건성향으로 분류된 부티지지가 급부상한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오바마는 1930~4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50%가 넘는 전국 득표율로 연임한 첫 민주당 대통령이다. 여유 있게 대권을 거머쥔 그의 말 한마디 무게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후보들도 바뀐 기류를 의식하고는 있다. ‘정치혁명’을 주장한 샌더스는 지난달 애틀랜타 5차 후보토론회에서 “우리는 시스템을 파괴하지 않고 미국민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며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역과 세대, 인종을 아우른 지지를 확보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부티지지는 흑인 계층이, 골수팬을 보유한 샌더스는 확장성 면에서, 워런은 급격한 개혁성향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바이든은 무난하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다. 8년 동안 부통령을 지낸 덕분에 인지도에서는 가장 앞서나 2008년 오바마처럼 유권자들이 도전자에게서 보고 싶은 메시지가 부족하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럼프 탄핵이란 호재를 두고도 민주당 경선이 흥행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이다. WP는 “특히 연말까지 하원에서 트럼프의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내달 상원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바이든에게 어떤 식으로든 여파가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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