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같은 친노(親盧)인 문재인과 안희정이 맞붙었다. 이들의 대결은 친노 양대 계파인 ‘부산팀’과 ‘금강팀’의 세 겨루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됐다. 노무현을 대권에 도전하도록 한 핵심 조직이 금강팀이라면, 부산팀은 노무현 변호사 시절 인연을 맺은 측근들로 대선 때 그의 부산 지역 선거운동을 맡았다. 하지만 성골격인 금강팀이 집권 후 대선 자금 사건으로 청와대 입성에 실패한 반면, 문재인 이호철 김경수 윤건영 등 부산팀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당시 금강팀에서는 “고생만 하고 자리를 다 뺏겼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 금강팀으로서 드물게 살아남은 인물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다. 고려대 운동권 선배로 막역한 사이인 안희정이 노 대통령에게 간청한 게 작용했다.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실에서 일한 백원우는 특유의 저돌적 성격과 성실성, 충성심을 인정받아 금세 신임을 얻었다. 20대 총선 때 유세 현장을 찾은 문 대통령이 “백 후보는 노무현의 동지고, 저와도 아주 오랜 동지”라고 소개했을 정도다.
□ 유재수 ‘감찰 무마’와 김기현 ‘하명 수사’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타깃이 된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 대부분이 친문 실세인 것이 눈길을 끈다. 노무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었던 유재수는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부를 정도였고, ‘감찰 중단’ 요청 당사자로 지목된 천경득 행정관은 문 대통령 대선 캠프 일원이었다. 조국 민정수석은 하급자인 백원우의 의견에 따라 유재수 감찰 중단을 지시했고, ‘김기현 사건’은 보고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정수석실의 진짜 실세는 조 수석이 아니라 원조 친문들이었던 셈이다.
□ 지금 보면 조국은 공수처와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작업을 도맡았을 뿐 사정, 정보, 여론, 민심 등 민정수석실 핵심 업무에서는 사실상 배제됐던 게 아닌가 싶다. 친노 세력의 강한 ‘끼리끼리’ 의식이 큰 이유겠지만, 조 수석의 기질이 전통적인 민정수석상(像)과는 안 맞는 점도 연관이 있어 보인다. 형사법만 공부하던 학자이자 ‘강남 좌파’인 그가 권력이 요동치는 약육강식의 정글을 장악한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더 당혹스러운 것은 조국을 옴짝달싹 못하게 엮으려 했는데 친문 실세들을 건드리지 않을 수 없게 된 ‘윤석열 검찰’이다. ‘문재인 대 윤석열’ 2라운드가 시작된 건가.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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