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 법안 대해부] <하> 검찰 개혁 법안-검경 수사권 조정
보완수사 어려워지면 약자만 피해… 검찰 전관 임김 더 세질 우려
천정배(오른쪽 두 번째) 대안신당 의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소추 구조개혁의 방향 검경 수사권 조정안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패스트트랙에 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형사소송법ㆍ검찰청법 개정안)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에 밀려 검찰개혁의 부수 법안 정도로 간주된다. 하지만 공수처법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국민이 잘못 설계된 형사사법체계의 희생양이 될 여지가 있는 대목도 담겨 있어서다. 여권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의 골자를 그린 박상기ㆍ조국 전 법무장관도 수정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고, 조정안 한계에 대한 정치권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 논쟁적 대목을 짚어 본다.

① 수사권 조정 법안 취지

검경 관계를 상하 관계에서 상호 협력 관계로 바꾸고, 경찰의 1차 수사권 및 수사 종결권을 보장한다. 검찰은 경찰을 원칙적으로 지휘할 수 없게 된 대신 보완 수사와 시정 요구로 경찰의 수사를 통제할 수 있다(형소법 개정안). 검찰 역시 기소권만 행사하는 건 아니고, 부패 등에 한정해선 특별수사를 계속 할 수 있다(검찰청법 개정안).

② 사건 매장 우려

법안은 경찰의 무혐의 사건 자체 종결권을 보장하면서 고소ㆍ고발인이나 피해자 등이 이의 신청을 하면 검찰에 사건을 넘기도록 한다. 문제는 피해자가 없는 뇌물 범죄나 도박 등의 사건이 묻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학대 피해 아동처럼 경찰의 ‘혐의 없음’ 종결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없는 피해자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맹점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불송치 결정에도 검사가 60일간 기록을 볼 수 있어 함부로 사건 처리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다만, 송치 받지 않아 책임지지 않는 사건을 받아 든 검사가 기록을 제대로 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건 문제로 남는다.

③ 더 심해질 ‘검찰 전관’ 입김

돈 없고 법률 지식이 부족한 약자의 권리 구제가 힘들어질 우려도 있다. 특히 검찰 전관 입김이 더욱 세지고, 국민의 소송 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경찰에서 온 이의 신청 사건을 받은 검사는 자기 사건이 아니라서 대충 경찰에 다시 넘겨도 그만”이라며 “검사 선배인 전관 변호사의 입김에 달라질 상황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④ 경찰이 선거판 좌지우지 우려

검찰 지휘 폐지의 보완책이 없으면, 내년 총선 후보자들이 피해구제를 제대로 못 받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이 선거사건을 방치하다 공소시효 완료(6개월)가 임박한 때 사건을 넘길 경우 경찰이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기소하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억울한 상대 후보가 경찰의 무혐의 종결에 이의 신청을 해도 공소시효 정지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경찰은 “선거 수사를 게을리한 경찰관은 직무유기로 처벌 받을 것이므로 다소 과한 우려”라고 반론한다.

⑤ 검찰의 시정 요구 관련 경찰 재량권 과다

검찰은 검사의 시정 요구를 경찰이 수용하는 조건으로 ‘정당한 이유’를 명시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문구에 강하게 반발한다. 검사가 인권 침해ㆍ법령 위반ㆍ현저한 수사권 남용 등의 이유로 시정 요구를 해도 경찰 스스로 ‘정당한 이유’를 판단해 이행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조항은 자칫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1팀장은 “기관 간 요구ㆍ요청에는 ‘정당한 이유’ 명시가 일반적”이라고 반박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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