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재심청구인 윤모(52)씨가 50년 만에 외가 식구와 상봉했다.
2일 윤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 변호사와 법무법인 다산에 따르면 윤씨는 이날 오전 서울 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외삼촌을 방문, 외가 식구들을 만났다. 윤씨는 어릴 적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가 식구들을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는 지난달 13일 화성 8차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는 자리에서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외가와 연락이 두절됐다. 8차 사건 범인으로 검거돼 20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하느라 찾아보지 못한 외가 식구를 찾고 싶다. 어머니나 외가 식구들을 아시는 분은 연락을 달라”고 요청했었다.
이어 같은 달 22일 청주상당경찰서에 도움을 요청했다. 청주상당경찰서는 올 여름 조은누리양 실종사건 당시 큰 활약을 펼친 곳인데다 충북경찰청 중 유일하게 실종전담팀이 구성돼 있기 때문이라고 다산 측은 설명했다.
요청을 받은 경찰은 바로 조사에 착수했지만 너무 오래된 자료여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최근 들어 윤씨의 어머니가 7남매였으며 이중 큰외삼촌(88) 등 모두 3명의 외삼촌만 생존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상봉에 이르게 된 것이다.
윤씨는 외삼촌 등을 만난 자리에서 “태어나서 외가 식구들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는데 이제 50년 넘게 흘러 만나게 돼 기쁘면서도 기분이 참 묘하다”며 “이 반가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갓집 식구들을 찾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이렇게 찾게 돼 너무 기쁘다”며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화성 8차 사건은 1988년 9월 16일 경기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양의 집에서 박양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이듬해 7월 윤씨를 범인으로 검거된 뒤 1·2심과 대법원 상고심에서 모두 무기징역이 선고됐다. 이후 20년을 복역한 뒤 2009년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한편 윤씨 공동변호인단은 지난달 제출한 화성 8차 재심청구사건은 현재 수원지법 제12형사부(김병찬 부장판사)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경기남부경찰청과 국가기록원, 청주교도소 등에 △윤씨에 대한 1989년 당시 수사시록 등 관련 자료 △피해자 박양 사건 관련 이춘재 수사기록 일체 △윤씨의 수감기록 일체 등에 관한 문서송부촉탁 신청이 채택돼 문서송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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