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한화생명 대표를 맡아 보험업계 대표 ‘장수 CEO(최고경영자)’로 꼽히던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최근 저금리 등으로 업계 전반에 닥친 실적 부진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2일 공시를 통해 차 부회장과 여승주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를 여 사장 단독대표 체제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한화그룹 공채로 입사한 차 부회장은 한화기계ㆍ한화정보통신 이사 등을 거쳐 2002년 한화가 현재 한화생명이 된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지원 부문 총괄전무를 맡으며 보험업계에 뛰어들었다. 2011년 한화그룹 출신으로는 처음 한화생명 수장이 됐고 지금까지 4연임했다. 신은철ㆍ김연배 전 부회장과 각자대표로 일했고 두 차례에 걸쳐 단독대표를 맡기도 했다.
차 부회장의 재임 기간 한화생명은 2016년 총자산 100조원, 수입보험료 15조원을 돌파했으며, 연 평균 4,3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차 부회장은 베트남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핀테크(금융+정보기술) 사업 확대 등도 주도하며 성과를 냈다. 성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은 지난 30일 용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 측에 따르면 차 부회장은 최근 보험업계를 둘러싼 급격한 환경 변화와 새 회계기준(IFRS17) 등 도입을 앞두고 세대교체로 새로운 경영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용퇴를 결정했다.
당초 업계에선 내년 3월 임기를 마치는 차 부회장과, 올해 3월 새 대표로 취임한 여 사장이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룰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하지만 차 부회장의 이른 용퇴는 최근 보험업계 전반의 실적 부진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한화생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5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절반 이상 줄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새로운 환경과 시대는 역량 있는 후배들이 맞게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라고 전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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