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석탄 실었던 동탄호, 베트남에 2주 이상 억류 상태
北 선박서 석탄 옮겨싣고 대북 제재로 동남아 7개월 전전
방향타 수면 위로 ‘빈 배’… 베트남 선박사 “북한산 몰랐다”
유엔 대북제재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을 싣고 바다를 떠돌던 선박 동탄호가 지난달 중순 베트남에 화물을 모두 하역했지만, 당국에 의해 억류돼 이후 최소 2주 이상 묘박지(錨泊地ㆍ부두 근처 정박을 위한 해상 장소)에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가 적용됨에 따라 해당 화물인 석탄은 모두 베트남 세관이 보관하고 있으며, 석탄 판매 대금도 북한 측에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2일 한국일보가 베트남 현지에서 입수한 동탄호 최근 사진에 따르면 배 앞쪽의 구상선수(球狀船首)와 후미의 방향타 모두 수면 위로 드러나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방향타까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으로 미루어 화물이 전부 내려진 빈 배”라며 “다만 평형수를 끌어들여 균형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은 남부 붕따우 앞 묘박지에서 지난달 하순 촬영됐다. 앞서 지난달 16일 하역 소식이 외신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하역 사실이 빈 배 사진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탄호가 배를 비워 선체 하부를 수면 위로 드러낸 것은 약 7개월 만이다. 동탄호는 지난 4월 13일 필리핀 발릭파판항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석탄 2만5,500톤을 옮겨 실었다. 선박 실시간 위치정보 제공 업체 ‘마린트래픽’ 등에 따르면 동탄호는 각국의 입항 거부로 동남아 각국을 전전하다 지난 6월 초 베트남 남부 붕따우 앞바다에 도착했다. 또 그로부터 5개월 만이던 지난달 5일 강을 거슬러 올라가 내항에 정박했다. 하역을 마친 뒤 지난달 16일부터는 현재 자리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북한 석탄을 실었던 동탄호가 입은 피해는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7개월 만에 석탄을 내렸지만 2주가 넘도록 다른 운송건을 실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해운업계 관계자는 “(동탄호는) 하루 1만달러씩 벌어들일 규모의 선박”이라며 “배를 빌린 회사는 최소 200만달러 이상의 손해를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이마바리 조선소에서 1998년 건조된 동탄호는 길이 169m, 최대 적재량 2만8,000톤에 달하는 벌크선으로, 베트남 국적 회사 ‘동도마린’ 소유다. 베트남의 다른 회사인 보스코(VOSCO)가 용선해 쓰고 있다.
북한산 석탄을 내린 동탄호가 2주 이상 같은 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과 관련, 외교가 관계자는 “의도와 무관하게 대북 제재 위반 선박이 됐다”라며 “다시 영업 운항을 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동탄호에 북한산 석탄을 옮겨 실은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지난 5월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압류돼 폐선 처리된 바 있다.
그러나 동탄호가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경우 다시 일선에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유엔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제재를 위반한 선박을 억류할 수 있지만, 적절한 재발 방지 조치가 있으면 억류를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배를 빌린 베트남의 보스코사는 “적재 화물이 북한 석탄인지 몰랐다”고 밝히는 등 대북 제재 위반 의도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7개월 동안 국제사회에서 ‘동탄호’라는 이름으로 너무 알려졌다”며 “개명이 이뤄지더라도 선박 고유번호가 바뀌지 않고, 지난 7개월간의 운항 기록은 영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제재가 풀리더라도 일감을 구하지 못해 결국 폐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벌크선은 통상 건조 후 25년간 운항 뒤 폐선된다. 동탄호는 2009년까지 ‘아스토리아 베이’라는 이름으로 운항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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