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서 또래 간 성 관련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지난달 29일 한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고, 누군가가 해당 글을 2일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오전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어린이집에서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제발 제발 읽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있다. 오후 2시30분 현재 7만1,760명이 동참했다.
해당 글을 글쓴이는 “이 사건을 제 가슴에 묻고 살다가는 제가 세상을 저버릴 것만 같은 미친 생각이 든다”며 “도움과 지혜를 구하고자 용기 내어 세상에 내 놓는다”고 적었다.
이어 “지난달 4일 만세 5세인 딸 아이가 아파트 자전거 보관소에서 바지를 올리며 나오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같은 반 남아아이가 바지를 벗기고 아래를 만졌다’고 했다”며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당일 오전 어린이집에서도 같은 행동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알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고 적었다. 이어 “곧바로 어린이집을 찾아 저희 부부와 원장, 담임 2명 등과 함께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본 결과 아이가 말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며 “특히 CCTV에는 가해 아이 1명 외에 3명의 남자아이들이 해당 행위를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CCTV 확인결과 20여 일 전인 지난 10월 15일에도 비슷한 상황이 담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2차례 이상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는 점이다.
글쓴이는 “병원치료를 받아보니 녹갈색 분비물이 나왔고, 이는 성적학대와 외음질염이라는 진단을 받게 됐다”며 “가해 아이와 부모, 함께 있던 3명의 아이와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을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가해 아이 부모가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해놓고 뒤늦게 ‘아이를 가해자로 몰지 말라’는 등 입장을 번복했다”며 “국가대표 선수로 14년간 몸담았던 가해 부모가 이렇게 해도 되느냐”고 강력한 처벌을 원했다. 가해 부모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어린이집에서 경찰에 신고 했고, 저희도 시청에 담당 공무원을 통해 신고했다”며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말 뿐이었다”며 대한민국 법체계에 대한 절망과 좌절감만 쌓여간다고 했다.
성남시는 파문이 커지자 이날 오전 긴급 입장문을 내놓으면 그간의 과정과 대책을 내놓았다.
시는 입장문을 통해 “성남시 소재 어린이집 아동 간 성 관련 사고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지역 내 609개소 모든 어린이집 주변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CCTV 설치 및 운영지원 예산을 편성해 촘촘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아동 간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고에 대비해 제도적인 뒷받침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건의하겠다”며 “향후 해당 어린이집의 운영과실 및 보육교직원의 직무상 책임과 관련해 위반사항이 있을 시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적극적인 처분을 실시해 안전한 보육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 드린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지난달 초 어린이집 문제가 불거졌고, 민원이 제기돼 상황 파악에 나섰지만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없었다”며 “CCTV를 확인해 봤지만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어서 긴급하게 대책을 마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글쓴이는 이날 오전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성남 아이 엄마예요. 글이 계속 잘려서 이미지로 올려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글을 내리라는 압박에 전부 삭제했다”면서 “여기에 자세히 올릴 순 없지만 저에게 곧 고소, 고발이 진행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글을 내리라는 압박에 저도 사람인지라 맘카페에 올렸던 글은 싹 다 전부 내렸지만, 국민의 권익을 위해 올린 것이니 다시 용기를 내서 글 올리고 왔다”며 “저 우리 딸 엄마다. 제 딸 제가 지키겠다”고 올렸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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