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브리지 인근에서 발생한 흉기 테러로 목숨을 잃은 2명이 모두 범죄자 재활 프로그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청년들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두 명의 테러 희생자들은 모두 케임브리지대학 출신으로, 사건 당일 자신들이 활동하던 재소자 재활 프로그램에 참가한 테러범에 의해 변을 당했다.
영국 BBC 방송과 스카이뉴스 등에 따르면 과거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런던 브리지 인근 피시몽거스 홀에서 케임브리지대 범죄학과가 주최한 재소자 재활 프로그램 ‘러닝 투게더’에 참석했다.
칸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던 중 건물 안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런던 브리지로 빠져나온 칸은 시민들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다. 이번 테러로 용의자인 칸을 제외하고, 2명이 숨졌으며 3상이 부상했다.
피해자 중 한 명인 사스키아 존스(23)는 케임브리지대 학생 출신으로 ‘러닝 투게더’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존스의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그가 재소자 재활에 “굉장한 열정”을 보였으며, “사스키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따뜻하고 밝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사스키아는 경찰이 되기를 꿈꿨으며, 특히 피해자 지원 분야의 전문가를 꿈꿔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그가 “꽉 찬 삶을 살고 싶어 했고, 항상 지식을 탐구했으며, 매번 최선을 다하는 여성이었다”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잭 머리트(25)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범죄학을 전공하던 대학원생으로, ‘러닝 투게더’의 코디네이터로 활동해왔다. 잭의 부친인 데이비드는 트위터에서 아들이 “늘 약자의 편에 서는 아름다운 영혼”이었다며 “잭은 함께 일하는 모든 이들을 좋게 평가하고, 자기의 일을 사랑했다”고 썼다.
데이비드는 참혹한 테러 피해를 정치적 공방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냈다. 그는 “아들의 죽음이 더 가혹한 형벌이나 불필요한 구금의 구실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잭은)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재소자들에게 필요 이상으로 가혹한 정책을 펼치는 것을 그 누구보다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투프 케임브리지대 부총장은 “(사건 당일은) 우리 대학의 ‘러닝 투게더’ 프로그램의 5주년을 축하하는 즐거운 자리여야 했다”면서 “우리 대학은 혐오스럽고 무분별한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투프 부총장은 BBC 인터뷰에서 머리트가 도우려던 사람이 역설적이게도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면서 “너무 마음 아픈 비극”이라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편 테러범인 칸은 2010년 12월 폭탄 테러를 기도해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지난해 12월 전자발찌 부착 등 여러 조건으로 풀려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칸은 재활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경찰과 보호관찰 담당자로부터 런던 시내로의 여행을 허락받았다. 특히 칸은 이 프로그램 ‘사례 연구’ 보고서에서 모범 사례로 꼽히기도 했던 터라 영국 사회에 준 충격은 더 큰 것으로 전해졌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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