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으로 금융당국이 은행 판매를 금지하기로 한 고위험 상품 가운데 신탁상품은 제외해달라는 은행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전망이다.
2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 14일 대책 발표 때와 큰 틀에서 변화가 없다”며 “은행권에 정부 입장을 조만간 공식적으로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은행권에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잘 갖춰진 공모펀드 중심 판매를 주문했다. 그러면서 원금 손실률이 20~30% 이상인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이에 대한 신탁 판매도 금지했다.
그러자 은행권은 대중적인 재테크 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을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의 판매가 금지될 것을 우려해 금융당국에 공모상품으로 구성된 신탁은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 취지로 민원을 제기해 왔다. 지난 8월 기준 ELT 시장의 규모는 40조원에 달한다. 은행권 요구의 명분은 공모상품은 사모에 비해 두터운 투자자 보호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도 이런 이유로 이번 대책에서 펀드의 경우 고난도 금융상품에 속한다고 해도 공모상품이면 은행 판매를 허용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신탁에 대해선 현행 규제안을 유지하기로 한 건 펀드와 달리 신탁은 공모와 사모를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자본시장법 등 관계법령에는 신탁을 공모신탁이나 사모신탁으로 구분하는 규정이 없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20일 “신탁은 사실상 사모라고 하는데, 신탁을 (공모와 사모로) 분리만 할 수 있다면 (공모 신탁을) 장려하고 싶다”며 현실적 어려움을 밝혔다.
금융위는 조만간 종합대책을 확정하고 제도 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대책 발표 당시 2주간의 업계 의견수렴 기간을 거치기로 했다. 금융위의 초안대로 규제가 시행될 경우, 내년 1분기 은행법 시행령 개정이 이뤄져 이르면 내년부터는 은행권의 고난도 사모펀드 및 신탁상품 판매가 금지될 전망이다.
한편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DLF 사태를 두고 모두가 동의하듯, 단기 이익을 좇는 영업 관행은 투자자 신뢰를 훼손해 금융회사의 장기적 성장을 해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영업의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는 경영 모델을 뿌리내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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