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하청업체가 미 해군 군함에서 나온 오염수를 일본 항구에 불법 방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 해군 범죄수사대, 일본 당국은 2008년부터 미 해군과 하청계약을 맺어 온 일본 업체 ‘간토 고산’이 일본 내 항구 3곳에 폐수를 방류하고 은폐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또 이 같은 의혹을 일본 내 미 해군 직원이 묵살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간토 고산은 일본 도쿄만 인근 가나가와(神奈川)현 요코스카(橫須賀)항과 나가사키(長崎縣)현 사세보(佐世保)항, 오키나와(沖繩)에 정박한 미 군함의 폐수 처리를 맡았다. 군함 옆에 바지선을 대고 호스로 폐수를 빼낸 뒤 정화처리를 거쳐 바다에 방류하는 식이다. 이 업체는 2008년부터 1억달러 규모의 일감을 수주했고, 올가을에도 일부 계약을 갱신했다.
하지만 간토 고산의 전직 직원 3명은 이 회사가 최소 10년 이상 미 해군과 계약한 대로 폐수를 처리하는 데 실패했고, 그 대신 서류와 폐수처리 샘플을 조작해 왔다고 WSJ에 증언했다. 한 전직 직원은 이 회사가 종종 정화처리를 마친 폐수 대신 수돗물을 실험실로 보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미 해군에 보고되는 정화처리 결과를 조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에는 요코스카에 정박한 로널드 레이건호 선원들이 간토 고산 바지선의 폐수 수거 과정에서 바닷물에 뜬 녹색 기름띠를 목격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해군 직원 한 명은 자신이 상관에게 이 업체의 범법 행위 의혹을 10여 차례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간토 고산 측은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야마미야 유키 총괄 지배인은 “회사 이름에 먹칠을 하고 용역이 끊기는 짓을 왜 하겠느냐”며 “그런 일이 있었다면 진작에 쫓겨났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 대해 WSJ은 미 해군이 부패 감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이 하청업자가 송장을 부풀려 수백만 달러를 빼돌린 이른바 ‘뚱보 래너드(Fat Leonard)’ 스캔들 이후 미 해군이 부정한 도급계약을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미일 양국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신문은 “일본 내 미군 기지는 그간 소음과 범죄 등으로 주민 항의를 받아 왔다”며 “조사 결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중국에 맞서 동맹 강화를 꾀했던 미국과 일본 사이에 긴장이 감돌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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