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반작용ㆍ입시제 개편 영향... 전셋값도 4년 만에 최대 상승
지난달 서울 집값이 지난해 9ㆍ13 대책 이후 1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 지역을 발표하는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를 쏟아내고 있지만 이런 대책이 무색한 상황이다. 서울 전셋값도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르며 매매가격과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2일 발표한 ‘11월 전국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주택가격(아파트ㆍ단독ㆍ연립주택 포함)은 0.50% 올라 전월(0.44%)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이는 9ㆍ13 부동산 대책 직후인 지난해 10월(0.51%) 이후 월간 단위로 최대 상승이다.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주택 가격이 7월 이후 5개월 연속 상승을 이어가면서 지난달까지 누적 변동률(1~11월)은 0.38%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
특히 강남권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강남4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구)의 상승률은 0.76%로 서울 평균보다 1.5배 높았는데, 강남구의 경우 0.87% 오르며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비강남권에서는 성동구(0.65%) 용산구(0.53%) 서대문구(0.41%) 등이 많이 올랐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값이 0.68% 올라 상승세를 주도했는데, 지난해 9월(1.84%) 이후 1년2개월 만에 최대 상승이다.
정부가 지난달 초 서울 27개 동을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선정하고, 고가 아파트 실거래 조사를 강화하는 등 주택시장 압박에 나섰지만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분양가상한제 실시로 신축의 인기가 높아진 데다 주요 학군으로 쏠림 현상도 벌어지면서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감정원 관계자는 “강남 4구 등 지역은 매물 부족 현상과 학군 수요 등으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기는 지방으로도 퍼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려난 부산 집값은 0.05% 올라 감정원 통계 기준으로 2017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상승 전환했다.
전셋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전국의 주택 전셋값은 0.14% 올라 10월(0.09%)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주택 전셋값은 0.27%로 전월(0.23%)보다 상승폭이 커졌는데, 구별로는 양천구(0.63%) 강남구(0.50%) 송파구(0.46%)의 상승률이 특히 컸다.
아파트만 떼어놓고 보면 전셋값 오름폭이 더 가팔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달 0.41% 올라 2015년 12월(0.76%) 이후 월간 단위로는 약 4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정시 확대와 자사고ㆍ특목고 폐지 등 입시제도 변화로 학부모들이 목동(양천구)과 대치동(강남구) 등 학원가가 몰린 학군 인기지역으로 눈길을 돌리면서 전세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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