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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사망’ 서울의료원 알맹이 빠진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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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움 사망’ 서울의료원 알맹이 빠진 혁신

입력
2019.12.02 10:28
수정
2019.12.02 21:3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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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올해 1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올해 1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다 올해 1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서지윤 간호사를 기리는 추모비 설치가 추진된다. 서울의료원은 서 간호사 사망 11개월 만에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 등 백화점식 대책을 내놨지만 병원장과 가해자에게 경각심을 줄 만한 내용이 빠져 있어 ‘태움’(간호사 특유의 직장 내 괴롭힘) 악습을 근절할 수 있을지 의문 부호가 남는다. 김민기 서울의료원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의료원은 2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감정보호위원회 신설 △간호사 지원전담팀 신설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예방을 위한 표준매뉴얼 개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혁신대책은 ‘서울의료원 혁신대책 위원회’(이하 혁신대책위)가 도출한 혁신 방안을 적극 수용했다. 장유식 혁신대책위 위원장은 “서울의료원이 2011년 신축 이전 이후 양적‧질적으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미처 챙기지 못한 직원들의 상처를 보듬고 내부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조직문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실현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시 공무원 2명, 의료원 관계자 2명, 민간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혁신위원회는 두 달간 혁신 방안을 논의해 왔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는 9월 초 “서 간호사의 사망은 관리자와 조직 환경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것"이라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료원은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예방을 위한 ‘표준매뉴얼’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이 포진하는 ‘감정노동보호위원회’ 신설을 각각 추진한다. 감정노동, 성희롱, 업무상 재해 등 직원들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고충과 어려움을 해결한다는 취지다.

신동준 기자
신동준 기자

또한 기존 인력의 업무가 가중되는 구조를 개선하는 차원에서 경력간호사로 구성된 30명 이내의 ‘간호사 지원전담팀’을 공공병원 최초로 운영한다. 선임간호사의 업무 부담과 병가, 휴가 등의 인력공백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규 간호사의 업무 적응을 지원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3년차 간호사에게 시행해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1개월 무급휴가는 3~7년차로 확대해 운영한다.

서 간호사에 대해서는 ‘순직에 준하는 예우’를 추진한다. 유족 의견을 수렴한 추모비 설치 권고에 따라 서울의료원장이 이를 검토해 추진할 예정이다. 유족이 산재신청을 원할 경우에는 필요한 행정절차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또한 직원들의 심리치유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김 원장을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징계ㆍ교체, 가해 간호사들의 업무 배제를 요구해 온 시민단체들은 혁신 방안이 알맹이가 빠졌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고 서지윤 간호사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대책위’ 양한웅 공동대표는 “가해 간호사들이 아직도 버젓이 서울의료원에서 근무 중”이라며 “당장 직무에서 배제하고 다른 시립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대표는 또 “서울시는 정책적 원인을 제공한 서울의료원 경영진에 대한 징계를 미적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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