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은퇴한 일본 야구의 전설 스즈키 이치로(46)가 투수로 깜짝 변신해 완봉승을 거뒀다. 비록 동네 야구 경기에서 거둔 기록이지만, 그의 야구 열정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치로는 1일 일본 고베시 홋토못토 필드에서 벌어진 고베 치벤과 와카야마 치벤의 동네 야구 경기에 9번 타자 겸 투수로 나섰다.
고베 치벤 선발 투수로 나선 이치로는 현역 시절 등번호(51)가 아닌 1번을 단 채 16개의 삼진을 빼앗으며 완봉승을 거뒀다. 고베 치벤은 이치로가 지난 9월 고향 친구들과 함께 창단한 동네 야구단이다. 상대팀 와카야마 치벤은 와카야마시 중고교 교직원으로 구성된 팀이다. 이날 경기장에는 무려 3,000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이치로는 이날 익숙하지 않은 연식 공이었지만, 빠른 공과 슬라이더로 9이닝 동안 무려 131개의 공을 던지며 실점하지 않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안타는 6개를 맞았다.
타격감도 그대로였다. 4타수 3안타에 볼넷도 하나 곁들였다. 이치로는 경기 후 ‘닛칸스포츠’에 “종아리 쪽에 경련이 있는 느낌이지만 어깨, 팔꿈치는 괜찮다. 더 던질 수도 있다. 매우 즐거웠다. 내년에도 또 뛰고 싶다”고 말했다.
타석에서 이치로의 투구를 경험한 후지타 기요시 와카야마 중고교 이사장은 “칠 수 없는 공이었다. 130㎞는 나온 것 같다”며 “이치로는 끝까지 정면 대결을 해줬다. 과연 이치로다. 내년에도 다시 경기하기로 약속했다”고 고마워했다.
한편 1992년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한 이치로는 1994년 한 시즌 안타 210개를 터뜨리며 타격 기계로 자리매김했다. 2000년까지 오릭스에서 뛴 9년간 이치로는 타격 1위 7차례, 최다 안타왕 5차례, 출루율 1위 5차례 등을 달성하고 2001년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해 메이저리그로 진출했다.
미국 진출 첫해 신인상과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상을 휩쓴 그는 2001~2010년 10년 연속 3할 타율과 200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9년 동안 3,089안타, 미ㆍ일 통산 4,367안타를 쳐낸 이치로는 아시아 선수 최초로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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