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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볼모가 된 민식이와 아이들” 애타는 부모의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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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볼모가 된 민식이와 아이들” 애타는 부모의 호소

입력
2019.12.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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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식군 아버지 “모욕적… 나경원에 사과도 못 받아”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고 김태호ㆍ김민식군, 이해인양의 부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개회가 지연되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어린이 교통사고 피해자인 고 김태호ㆍ김민식군, 이해인양의 부모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스쿨존에 과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 일명 '민식이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개회가 지연되면서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안전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자 부모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 안전법을 정치적 지렛대로 삼은 것을 “모욕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오열했다.

학교 앞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어 숨진 고 김민식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선거법을 상정 안 하면 민식이법 등 나머지 생명안전법안들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했다”며 “저희 부모들이 본회의가 안 열려서 오열을 한 게 아니라 아이들 이름에 대한 모욕적인 부분에 화가 나서 오열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모욕적이었다”며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아직까지 사과 받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저희 유가족들은 더불어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니다”라며 “말 그대로 어린이들 안전을 위해서 동분서주 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본회의가 무산된 책임에 대해서는 두 당 다 회피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이 아이들 생명안전법안을 이렇게까지 이용하셔야 했나. 그런 부분이 제일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저희 아이들을 모욕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나 원내대표께서 사과를 해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이후 아이 엄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공격이 들어오고, 심리적 타격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 하다가는 저희가 양당 싸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거나 이런 출연을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통학차량을 축구 클럽 같은 체육시설까지 확대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태호ㆍ유찬이법’을 추진 중인 태호 아빠 김장회씨도 이 프로그램에서 “나 원내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민식이법을 완전히 볼모로 잡아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민식이법이나 하준이법이 이렇게까지 오는 데 좌절도 많았고 ‘그만하고 싶다’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정치하는 엄마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어렵게 왔다”며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20대 국회 내에 꼭 통과시키는 게 소기의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고 민주당ㆍ정의당ㆍ대안신당 등이 이에 반발하며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돼 민식이법 등 법안 처리가 막힌 상황이다. 같은 날 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민생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민식이, 하준이, 해인이 어머니 아버님. 저희도 이 법안 통과시키고 싶다”며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법안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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