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군 아버지 “모욕적… 나경원에 사과도 못 받아”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민식이법을 비롯한 어린이 안전관련 법안들이 처리되지 못하자 부모들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이들은 어린이 안전법을 정치적 지렛대로 삼은 것을 “모욕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오열했다.
학교 앞 스쿨존 횡단보도를 건너다 과속 차량에 치어 숨진 고 김민식군의 아버지 김태양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나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선거법을 상정 안 하면 민식이법 등 나머지 생명안전법안들을 통과시켜주겠다’고 말했다”며 “저희 부모들이 본회의가 안 열려서 오열을 한 게 아니라 아이들 이름에 대한 모욕적인 부분에 화가 나서 오열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굉장히 모욕적이었다”며 “저희가 이 부분에 대해 사과해 달라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아직까지 사과 받은 건 없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저희 유가족들은 더불어민주당도 아니고 한국당도 아니다”라며 “말 그대로 어린이들 안전을 위해서 동분서주 뛰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 본회의가 무산된 책임에 대해서는 두 당 다 회피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저희 입장에서는 정치인들이 아이들 생명안전법안을 이렇게까지 이용하셔야 했나. 그런 부분이 제일 속상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도 “저희 아이들을 모욕했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 나 원내대표께서 사과를 해달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 이후 아이 엄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공격이 들어오고, 심리적 타격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자칫 하다가는 저희가 양당 싸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를 하거나 이런 출연을 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어린이 통학차량을 축구 클럽 같은 체육시설까지 확대하고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는 ‘태호ㆍ유찬이법’을 추진 중인 태호 아빠 김장회씨도 이 프로그램에서 “나 원내대표께서 하신 말씀은 민식이법을 완전히 볼모로 잡아서 말씀을 하신 것”이라며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실 민식이법이나 하준이법이 이렇게까지 오는 데 좌절도 많았고 ‘그만하고 싶다’ 생각을 한두 번 한 게 아닌데 ‘정치하는 엄마들’이 도와주셔서 여기까지 어렵게 왔다”며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은 20대 국회 내에 꼭 통과시키는 게 소기의 목표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국회 본회의 무제한 토론)를 신청하고 민주당ㆍ정의당ㆍ대안신당 등이 이에 반발하며 본회의가 사실상 무산돼 민식이법 등 법안 처리가 막힌 상황이다. 같은 날 나 원내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수많은 민생법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민식이, 하준이, 해인이 어머니 아버님. 저희도 이 법안 통과시키고 싶다”며 “국회의장에게 제안한다. 선거법을 상정하지 않는 조건이라면 민식이법을 먼저 상정해서 통과시킬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민식이법은 지난 9월 11일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김군이 교통사고를 당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법안이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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