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정기국회 종료 후 시나리오]
임시회 회기는 국회의장 재량 … 3,4번만 열어도 ‘패트’ 처리 가능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대치’로 맞붙은 여야는 오는 10일 정기국회가 종료되고 나서도 임시국회 일정을 둘러싼 수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처리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의 ‘무더기 필리버스터’ 전략에 맞서 짧은 기간에 임시회를 수 차례 열어 법안을 순차 처리하는 ‘살라미 임시회 전략’을 검토 중이다. 한국당은 임시회가 열릴 때마다 필리버스터로 건건이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전략으로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 이 같은 그림이 현실화할 경우, 국회가 사실상 올스톱돼 여야가 출구 없는 치킨게임을 벌인다는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여야 대결의 1라운드는 공수처법 등이 부의(이달 3일)된 이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결위 심사가 늦어지면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처리를 위한 2일 본회의는 거의 무산됐지만, 정기국회 내에 본회의가 다시 열릴 가능성은 남아있다. 민주당은 예산안과 함께 패스트트랙 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로 정기국회 종료일(12월 10일)까지 법안 처리를 막을 경우, 민주당은 임시회를 여러 번 열어 임시회마다 쟁점 법안을 한 건씩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무제한 토론 실시 중에 해당 회기가 끝나면 해당 안건은 다음 회기에서 지체 없이 표결해야 한다’는 국회법 조항에 따라,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전략을 구사한다 해도 회기마다 최소 1건의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판단이다.
회기를 30일로 정한 2ㆍ4ㆍ6ㆍ8월 임시회와 달리, 12월과 1월에 열리는 임시회 회기는 국회의장 재량이다. ‘임시회 집회 요구(재적의원 4분의 1)가 있을 때 3일 전에 공고한다’는 국회법을 감안하면, ‘3일짜리 임시회(본회의 하루 포함)’를 최소 3, 4번만 열면 민주당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여부와 상관없이 패스트트랙 법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시나리오가 관철되려면 한국당이 지난달 29일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민생 법안들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먼저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는 점이다. 본회의 상정과 표결 순서는 의장 직권으로 결정할 수 있다. 이 경우 ‘민주당이 자신들의 숙원 법안 처리를 위해 민생을 외면했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2일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 민식이법 등 중요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의 1일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때문에 민식이법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먼저 상정되면 민주당은 더 큰 정치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국당은 상대적으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여권이 ‘살라미 임시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을 순차적으로 표결 처리하면 임시회에서 나머지 민생 법안을 대상으로 필리버스터를 할 실익이 사라진다. 민주당을 향해 “민생법안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이 중요하냐”고 여론전을 펴는 정도가 한국당이 쓸 수 있는 대응책이다. 하지만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카드로 ‘민식이법’의 지난 달 29일 본회의 처리에 제동을 건 것이 ‘원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당 관계자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여론을 외면하고 민생법안보다 패스트트랙 법안을 먼저 상정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선(先) 민생법안 처리ㆍ후(後)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로 가는 경우, 한국당은 엄청난 여론 압박을 무릅쓰고 필리버스터를 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민주당이 예산안과 민생법안을 12월 3일 먼저 상정해 처리하면 야당은 민심의 악화를 각오하고 민생법안을 필리버스터로 막아야 하는데, 악화되는 여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카드를 비판했다.
한국당이 ‘공수처법을 적정 선에서 민주당과 타협해 받아들이고 선거법을 막는 협상을 해야 한다’는 타협안도 거론되지만, 당 지도부가 채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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