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해성 검증 절차 수행 않고
내부지침 위반하면서까지
기업 측에 심의위원 면담 기회 줘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장완익)는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가습기살균제 관련 사건 처리가 위법하고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내용의 공익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1일 밝혔다.
특조위는 의견서에서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판매ㆍ사업자의 표시광고 행위를 부실하게 조사했고, 제품의 인체 유해성 여부 확인을 위한 검증 절차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심의 당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ㆍ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 5명이 정부로부터 공식 피해 인정을 받는 등 새로운 사실이 있었는데도 2012년 질병관리본부의 실험 결과만을 근거로 심의를 종결했다”고 덧붙였다.
특조위는 이어“공정위는 심의 절차에서 공정위 출신 전직 관료를 포함한 기업 관계자 17명이 공정위의 심의위원을 면담하게 하는 등 내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기업 측에만 진술 기회를 부여했다”며 “이는 불공정하고 형평에 어긋난 사건처리”라고 주장했다.
앞서 2011년 공정위는 가습기살균제 제조사들이 가습기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거짓 광고한 사건을 조사한 끝에 제품의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2016년 2차 조사에서도 CMITㆍMIT의 인체위해성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의절차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이에 피해자 중 한 명인 이모씨가 그 해 9월 헌법소원을 제출해 헌재에서 이를 심리 중이다.
한편 특조위는 인터폴 지명수배 상태인 거라브 제인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이사를 조사하고자 인도까지 찾아갔으나 제인 전 대표이사가 ‘범죄인 인도조약 때문에 현지법에 따라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거부해 만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옥시 마케팅 본부장 시절 가습기살균제 유해성을 알고도 ‘안전하다’는 허위 표시ㆍ광고를 주도한 의혹을 받는다. 대신 옥시 본사인 레킷벤키저(RB)의 신임 최고경영자(CEO) 락스만 나라시만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영국 RB 본사에서 특조위 조사단을 만나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데 이어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시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