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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부른 보행자 교통사고… “사람 중심 차 속도 관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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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부른 보행자 교통사고… “사람 중심 차 속도 관리해야”

입력
2019.12.02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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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병윤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인터뷰 

 “시속 60㎞시 92.6% 보행자 중상 가능성, 30㎞ 땐 15.4%로 급감”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통안전공단 회의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권병윤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이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통안전공단 회의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 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보행자 교통사고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배나 높습니다. 그동안 교통안전 관련 법률과 속도 관리가 자동차 위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권병윤(58)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제 교통 문화도 자동차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통사고 사망자 3년 새 1000명 ↓ 

교통안전공단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내 교통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생명지키기 3대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교통안전종합대책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지난달 국민과의 대화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과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담은 이른바 ‘민식이법’ 통과를 강조하는 등 교통안전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공단의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실제 공단은 교통사고 사망자 수 줄이기에서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6년 4,292명에 달하던 사망자 수가 올해는 9월 기준 2,402명으로, 연말에는 목표치(3,286명 이하)를 달성할 전망이다. 불과 3년 만에 1,000명 이상 사망자를 줄이는 셈이다. 인구 10만명 당 승용차 승차 중 사망자 수(1.6명) 역시 OECD 평균(2.5명)보다 낮다. 권 이사장은 “안전띠 착용, 음주 단속 같은 정부 대책에 더해, 사람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보행자 사고는 여전히 ‘후진국’ 

그러나 아직도 보행자 사고에서 한국은 후진국이다. 10만명 당 보행 중 사망자 수(3.3명)가 OECD 평균(1.1명)보다 3배나 많다. “교통 정책의 초점이 ‘교통정체 해소’ 같은 자동차 중심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란 게 권 이사장의 분석이다.

이에 공단은 ‘사람 중심’의 속도 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 주력 중이다. ‘안전속도 5030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이는 간선도로나 왕복 2차로 이상 주요 도로에서 차량 속도를 현행 시속 60㎞ 이하에서 50㎞로 낮추고, 그 밖의 보호구역과 주택가 이면도로에서는 30㎞로 낮추는 게 핵심이다. 올해 4월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에 따라, 유예기간을 거쳐 2021년 4월부터 전국 도시에서 시행된다.

한편에선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 속도를 낮추면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공단의 실험 결과, 서울 도심에서 시속 60㎞와 50㎞ 주행시 소요시간 차이는 2분에 불과했다. 권 이사장은 “시속 60㎞에서 차와 충돌하면 보행자의 사망 또는 중상 가능성이 92.6%에 달하지만 50㎞에서는 72.7%, 30㎞에서는 15.4%로 급감한다”고 강조했다.

 ◇고령자 보호 ‘새 목표’ 

어린이는 물론, 급증하는 고령자의 안전사고 예방도 공단의 주요 과제다.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전체 사고 사망자의 22.3%를 차지했다. 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 안전문제에서도 교육과 안전용품 배포 등을 통해 사고 발생률을 줄여나가겠다는 계획이다. 권 이사장은 “운전능력을 보조할 수 있는 첨단운전보조시스템 보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공단은 ‘스쿨존 교통사고 제로(0)’를 위해 경찰, 녹색어머니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통학로 안전캠페인을 철저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작년 여름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BMW 차량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사고가 회사 측이 주장한 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 균열뿐 아니라 전반적인 설계 결함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낸 것도 공단의 몫이었다.

권 이사장은 “재발방지를 위해 제작결함을 조기에 인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과제”라며 “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율주행차나 드론 등 새로운 교통수단 안전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연구를 적극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권병윤 이사장은

△1961년 경기 평택 출생 △평택고 △한양대 토목공학과 △영국 리즈대 대학원 교통공학 석사 △한양대 대학원 토목공학 박사 △새만금개발청 차장 △국토교통부 대변인 및 교통물류실 실장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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