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이 12개월째 뒷걸음질하고 있다. 2년 연속 수출 6,000억달러 달성 목표는 물 건너갔으며, 10년만에 두자릿수의 수출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대(對) 중국 수출 감소폭이 둔화하는 등 일부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수출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는 게 정부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통관 기준 11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3% 줄어든 441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하향세로 2015년 1월~2016년 7월까지 이어졌던 19개월 연속 수출 감소 이후 최장기간 ‘역주행’이다. 6월 이후로만 본다면 6개월 연속 두자릿수 감소이기도 하다. 품목별로는 반도체(-30.8%), 디스플레이(-23.4%), 2차전지(-17.7%), 섬유(-12.3%), 석유화학(-19.0%), 석유제품(-11.9%), 선박(-62.1%) 등의 수출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역별로는 일본 수출이 24억1,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를 한일 무역 갈등과 직접적으로 연관 짓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평가다. 수출 감소는 일본 내 수요 둔화에 따른 석유제품과 주요 거래처 업황 부진에 따른 자동차 품목 등에서 주로 이뤄졌다.
아직 12월이 남아 있지만 올해 수출은 2016년(-5.9%) 이후 3년 만의 ‘역성장’ 기록이 불가피해졌다.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자릿수 수출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도 매우 높아졌다.
다만 산업부는 내년부터 수출이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출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부진했던 컴퓨터 분야 수출이 23.5% 늘었고, 화장품(9.9%)과 바이오헬스(5.8%) 등 신수출 성장 품목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긍정적인 신호가 여럿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도 수출 회복의 기대감을 높인다. 올 1~11월 누적 수출 물량은 전체 품목에서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이 크진 않지만 많이는 팔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수출 역시 12.2% 줄어들었으나 감소율이 지난 4월(-4.6%)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기저 효과에 따른 기술적 반등도 예상된다. 올해 초부터 수출 감소가 본격화했기 때문에 내년 초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11월 수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출 물량은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어 12월부터는 수출 감소폭이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등을 위해) 무역금융 규모를 2조3,000억원 이상 확대해 총 158조원을 수출기업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