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발주한 연구용역에 스스로 자문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은 고위 공무원을 파면한 것은 정당한 징계였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이성용)는 전직 법제처 국장 한모씨가 법제처를 상대로 낸 파면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씨는 법제처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법령관련 연구용역 등을 발주한 뒤 이를 본인이 다시 수주해 자문ㆍ검토를 하는 등 이른바 ‘셀프 자문’을 했다.
검찰은 ‘자문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뇌물로 봤고, 대법원에서도 2016년 한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 한씨는 이 사건으로 이듬해 직장에서 파면되었다.
그러나 한씨는 “정당하게 자문용역을 제공했고 ‘금품ㆍ향응 등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 공무원의 청렴이나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법제처의 결정에 불복하는 소를 제기했다. 또 설령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파면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한씨는 또한 그 동안 자신이 받은 대통령 표창 등을 징계 감경 사유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5년 개정 이전의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4조 제1항 제2호에 따르면 국무총리 이상의 표창을 받은 공적을 감경 사유로 인정할 수 있다.
재판부는 그러나 “형사판결이 확정된 이상 이와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며 한씨의 뇌물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하여 수수한 유ㆍ무형의 이익은 종류를 불문하고 모두 청렴의무 위반대상이 된다”며 한씨가 청렴ㆍ성실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았다.
파면이 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한씨가 먼저 발주용역에 대한 협업을 제안했고 △자문용역 대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며 △4년간 지속적으로 받은 이익이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법제처 징계가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사정들을 감안하면 대통령 표창이 감경의 이유가 되기 어렵다고 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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