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폭력 조직인 야마구치구미(山口組)의 ‘넘버 2’가 출소한 이후 경쟁 조직의 간부가 살해된 사건에서 자동소총이 동원돼 일본 경찰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넘버 2의 복귀로 야마구치구미에서 분화된 조직들을 겨냥한 유혈 보복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효고(兵庫)현 아마가사키(尼崎)시에서 폭력 조직인 고베(神戸) 야마구치구미(山口組) 소속 간부 후쿠카와 게이이치(古川惠一ㆍ59)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한 시간 후 교토(京都) 시내에서 권총과 자동소총 등을 소지하고 있던 야마구치구미의 전 조직원 아사히나 히사노리(朝比奈久德ㆍ52)가 용의자로 체포됐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살해 혐의를 인정하고 “30발 정도 쏘았고 모두 혼자서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야마구치구미에서 파문된 상태로 알려졌으나, 범행을 위한 위장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야마구치구미와 고베 야마구치구미 간 대립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고 있다.
1915년 결성된 야마구치구미는 일본 지방정부 공안위원회가 폭력 조직으로 규정한 ‘지정폭력단(야쿠자)’이다. 조직원이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015년 8월 고베 야마구치구미(약 5,000명)로 조직이 분열됐고, 여기서 일부 세력이 다시 떨어져 나와 2017년 4월 닝쿄(任侠) 야마구치구미(약 460명)가 결성되며 세 조직이 적대 관계를 이뤄왔다.
이와 관련, 올 4월 고베 시내에서 고베 야마구치구미의 간부가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에게 찔려 중상을 입었다. 8월엔 야마구치구미의 핵심 하부 조직인 고도카이(弘道會)사무소 앞에서 고베 야마구치구미 조직원이 권총을 난사했다. 경찰은 양 조직의 사무소 주변을 24시간 감시해 왔으나, 10월 10일 고베 야마구치구미 조직원 2명이 고도카이 조직원의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야마구치구미 넘버 2이자 고도카이의 핵심인 다카야마 기요시(高山清司ㆍ72)의 출소를 앞둔 두 조직 간에 벌어지는 대립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카야마는 그로부터 8일 후인 10월 18일 출소했는데, 최근 직계 하부 조직의 중간 보스들을 만나 조직 관리를 강하게 질책했다는 있다는 정보가 경찰에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질책에 나선 배경에는 자신의 복역 이후 불만을 품은 조직원들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이탈한 사정이 있다. 다카야마는 야마구치구미 보스인 시노다 겐이치(篠田建市ㆍ77)가 2005~2011년 복역했을 당시 그를 대신해 조직을 관리했었다. 그러나 자신도 2013년 공갈 혐의로 체포되자, 조직이 고베 야마구치구미와 닝쿄 야마구치구미로 세력이 분화해 버린 것이다.
이번 사건의 용의자인 아사히나는 M16 계열 모조품으로 보이는 자동소총을 썼다. 폭력 조직들의 다툼에서 권총은 종종 등장해 왔지만, 자동소총이 사용된 적은 거의 없었다. 폭력 조직 간 유혈 보복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그 규모마저 커질 경우 일반인에게도 피해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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