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다이어리, 삼립호빵 가습기 등 유통가 ‘굿즈(goods)’
남성 직장인 박모씨는 요즘 틈만 나면 스타벅스를 찾는다. 11~12월 동안 프리퀀시(스타벅스 적립 스티커)를 17개 모아야만 받을 수 있는 플래너(다이어리) 때문이다. 그는 “여자친구에게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아 선물해주기로 약속했다”며 “거의 다 모았다. 고지가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플래너’가 만들어 낸 연말 풍경이다.
일정 수량 이상 음료 구매 시 플래너를 증정하거나 기간 한정 상품으로 판매하는 행사는 스타벅스가 2003년 국내 처음 도입했는데 언젠가부터 업계의 연례 행사로 자리 잡았다.
스타벅스의 프리퀀시 17개를 모으려면 7만원 이상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플래너 가격이 3만원대인 걸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훨씬 큰’ 셈이라 상술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웃돈을 주고 거래하는 일이 생길 정도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다른 유통, 식품 업체들도 눈길을 끄는 ‘굿즈(goodsㆍ상품)’ 출시에 적지 않은 신경을 쏟는다.
던킨도너츠는 지난 6월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4’에 등장하는 캐릭터(버즈)의 모습으로 간식이나 소품 등을 담을 수 있는 상품을 선보여 큰 화제를 모았다. 먼치킨(작은 크기의 도넛) 10개와 이 굿즈를 1만3,900원에 판매했는데 3일 만에 5만개가 조기 품절됐다.
SPC삼립이 지난 달 출시한 빨간 호빵 찜기를 형상화한 미니 가습기 한정판 제품도 1시간 만에 3만개가 동이 났다. 이 가습기는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2만5,000~3만원에 팔리고 있다. 회사가 책정한 소비자가격(1만8,900원)보다 1.5배 정도 비싼 금액이다.
잘 만든 굿즈는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던킨도너츠에 따르면 ‘버즈 먼치킨’ 행사 후 먼치킨 판매수량은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0% 이상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얼마 전 글로벌 스포츠 용품 브랜드 나이키와 손잡고 한정판 에코백을 출시했다.
롯데백화점 나이키 매장에서 15만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선착순으로 이 에코백을 증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1020세대들은 이런 한정판 상품이 인스타그램 등에 올려 자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 여겨지면 받기 위해 줄을 서고 밤을 새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행사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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