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직위 6단계→4단계 축소... 故 조양호 최측근 등 일선 후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첫 정기인사에서 임원 20%를 감축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람들이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나며 ‘조원태 호’가 구성됐다. 이번 인사에서 복귀가 예상됐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한진그룹은 2020년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한항공의 승진 인사 규모는 사장 1명, 부사장 3명, 전무 6명이다. 우기홍 부사장을 사장으로, 이승범 전무 외 2명을 부사장으로, 박정우 상무 외 5명을 전무로 승진시켰다.
조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에 힘을 실었다. 우기홍 신임 대한항공 사장이 대표적이다. 우 신임 사장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이전, 델타항공 조인트벤처(JV) 설립 과정에서 큰 역할을 했다. 1987년 대한항공 기획관리실에 입사해 여객전략개발부 담당당,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부장, 경영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해 기획과 실무 능력을 두루 갖췄다고 평가 받는다.
반면 고 조 회장의 ‘최측근’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 역할만 하게 됐다. 석 전 부회장은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한진그룹 경영기획을 주로 맡아왔다. 한진그룹 ‘집사’로 불렸던 서용원 한진 사장과 강영식 한국공항 사장도 이번 인사에서 물러났다.
한진은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서 전 사장 후임을 맡는다. 한국공항은 강 전 사장 후임으로 유종석 대한항공 자재부 총괄 전무를 부사장에 선임했다.
조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업무 효율성 제고를 위한 ‘조직 슬림화’도 단행했다. 기존 6단계(사장ㆍ부사장ㆍ전무Aㆍ전무Bㆍ상무ㆍ상무보)였던 임원 직위 체계를 4단계(사장ㆍ부사장ㆍ전무ㆍ상무)로 축소했다. 임원 수도 그룹 전체적으로 20% 가량 줄이고, 젊고 유능한 인재를 중용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이번 정기 인사에서는 세대교체와 조직 슬림화가 주된 키워드였고, 대한항공의 경우 임원수가 약 27% 감소했다”며 “앞으로도 변화와 혁신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최상의 운영 체제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복귀하지 못했다.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한진그룹 모든 계열사에서 물러났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로 3년4개월만에 복귀했다. 하지만 명품 밀수 혐의가 드러나면서 경영에서 다시 물러났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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