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美 정찰기 3대 출격 이어 이튿날 中 군용기 카디즈 진입
올해 들어서만 30차례 들락거려… 러도 동해 상공 폭격기 훈련
한반도 주변 상공이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군용기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28일 미국 정찰기 3대의 이례적 한반도 동시 출격이 끝나자마자, 이튿날 중국 정찰기 1대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ㆍ카디즈)에 들어왔다가 나갔다. 강대국들에 의해 포위된 한반도의 지정학적 여건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정찰기 Y-9으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1대가 이날 한때 동해 카디즈에 들어왔다. 해당 군용기는 오전 10시 5분 제주 남방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와 중국방공식별구역(CADIZㆍ차디즈)이 중첩되는 구역의 상공으로 진입해 10시 53분 이어도 동쪽으로 빠져나간 뒤 대마도 남쪽을 경유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ㆍ자디즈) 내에서 북상했다. 이어 11시 34분 포항 동쪽 약 40마일(74㎞) 근처에서 카디즈에 다시 진입한 뒤 울진 동쪽 약 45마일(83㎞)까지 북상했다가 11시 45분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 11시 56분 카디즈를 나갔다. 이후 역경로로 비행한 이 군용기는 낮 12시 36분 이어도 동쪽 상공에서 카디즈에 다시 진입했고 오후 1시 36분에 카디즈를 최종 이탈했다.
이어도 중첩 상공을 제외할 경우 군용기가 카디즈에 머문 시간은 20여분이라고 합참은 밝혔다. 영공 침입은 없었고, 우리 군은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 이전부터 공군 전투기를 투입해 우발 상황에 대비했다는 게 합참 설명이다.
중국 군용기의 카디즈 진입은 올해 들어서만 30차례 가까이 된다. 이번 한반도 출격에는 미군 정찰기가 27, 28일 잇달아 한반도에서 작전을 벌인 데 대한 대응 성격도 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민간 항공 추적 사이트 ‘에어크래프트 스폿’에 따르면 27일 미 공군의 주력 통신 감청 정찰기인 RC-135V(리벳 조인트)가 서울ㆍ경기 일대 고도 3만1,000피트(9,448.8m) 상공을 비행한 데 이어, 이튿날에는 미 공군의 첨단 지상 감시 정찰기인 E-8C가 한반도 상공을 3만2,000피트(9,753.6m) 고도로, 미 해군 소속 정찰기인 EP-3E가 수도권이 포함된 한반도 상공을 2만3,000피트(7,010. 4m) 고도로 비행했다.
미군 정찰기의 비행은 23일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이후 대북 감시와 경고 차원이라는 게 대체적 해석이다. 하지만 중국의 심기가 편했을 리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성능 좋은 정찰기 여러 대가 온 만큼 북한뿐 아니라 중국까지 보고 갔을 수 있다고 중국이 의심할 수 있다”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 전략 무기를 한국에 배치한다면 후과를 각오하라’는 어제 주한 중국대사의 경고 메시지와도 이번 비행을 연결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반도를 들락거린 게 미ㆍ중 정찰기만은 아니다. 27일에는 러시아 국방부가 동해 상공 등을 무대로 한 자국 공중우주군 소속 전략폭격기 Tu-95MS 2대의 정례 훈련 비행 사실을 알렸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선언으로 세계 안보 동맹 네트워크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힘의 공백을 노린 중ㆍ러 등 수정주의 세력이 자국의 이해관계가 어디까지 관철될 수 있는지 시험해보고 있는 듯하다”며 “지정학적으로 이런 강대국 간 이해 충돌의 영향을 가장 먼저 받는 최전선이 바로 한반도”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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