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음식 대결을 펼친다면 치킨과 떡볶이의 치열한 2파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한때 “한국 사람들이 떡볶이를 좋아하는 이유는 유아기에 흔히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이지, 떡볶이는 맛있는 음식이 아니다”(황교익 맛칼럼니스트)라는 치욕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떡볶이 미식가를 뽑는 ‘떡볶이 마스터즈’에는 57만 8,000명이 도전했고,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 만큼 공고한 팬덤이 존재하는 음식이 바로 떡볶이다.
‘아무튼, 떡볶이’(위고)는 뮤지션이자 작가인 요조가 쓴 ‘떡볶이 예찬기’다. 개성 넘치는 필자들이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작정하고 쓴 ‘아무튼’ 시리즈의 스물 다섯 번째다. “인간적으로 그동안 떡볶이를 너무 과잉 섭취한 것 같다”고 말하는 저자는 ‘엄마와 자신이 만든 음식 다음으로 많이 먹은 음식이 떡볶이’라고 자처한다.
‘아무튼, 떡볶이’ 계약을 위해 만난 출판사 식구들과 함께 먹은 떡볶이 이야기로 시작되는 책은 ‘인생 사이사이에 스며든 떡볶이와 사람들’을 풀어놓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국의 맛있는 떡볶이 가게 리스트가 실려 있지도, 궁극의 떡볶이 레시피가 담겨 있지도 않다. 밀떡과 쌀떡 중 어느 쪽인지, 알싸한 맛과 달큰한 맛 중 어느 쪽인지, 저자만의 첨예한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왜 모든 엄마들이 해주는 가정식 떡볶이는 밖에서 파는 떡볶이 맛을 내지 못하는가에 대해 쓰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마는 책이다.
대신 책에는 “집 밖에서 머리를 맞대고 하나의 음식을 먹는 일의 단란한 기쁨을 처음으로 맛보는 경험”으로서의 떡볶이가 있다. 떡볶이를 먹던 곳의 분위기, 당시의 심경, 이를 둘러싼 관계, 그리고 여기서 비롯하는 모든 기억이 떡볶이 ‘맛’의 일부다. 어쩌면 ‘유아기에 흔히 주어졌던 음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떡볶이를 좋아하는 것이라는 황교익 맛칼럼니스트의 지적이 진정한 떡볶이 맛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은 감상은 딱 하나다. 아, 떡볶이 먹으러 가야겠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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