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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한·아세안 회의 기념 '나전칠기' 볼펜에 담긴 깊은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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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y] 한·아세안 회의 기념 '나전칠기' 볼펜에 담긴 깊은 뜻

입력
2019.11.29 16:30
수정
2019.11.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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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펜에 1,000년 지나도 변치 않은 옻칠 장식

각국 정상 간 신뢰 변치 않길 기원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장에 마련된 나전칠기 펜. 청와대 제공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의장에 마련된 나전칠기 펜. 청와대 제공

위 볼펜 사진에서 몸통에 반짝거리는 게 보이시나요? 오른쪽에서 네 번째 볼펜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문 이름 ‘Jae-in’이 새겨져 있네요.

이 볼펜은 지난 25~2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ㆍ아세안(ASEANㆍ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냈어요. 각국 정상들에게 전통 나전칠기 기법으로 이름을 새겨 나눠준 것이랍니다.

볼펜 표면은 옻칠로 마감돼 있는데요. 옻칠은 물건이 상하지 않고 오래 간다는 걸 상징합니다. 이 상징처럼 정상간 신뢰가 오래 변치 않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도 28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1,00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옻칠 장식을 해서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의 깊은 인연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또 각국 정상 이름 밑을 보면 작은 자개 조각들이 이어져 있는데요. 고 대변인은 이 장식에 대해 “해가 갈수록 쌓여가는 한ㆍ아세안 국가 간의 깊은 신뢰와 존중을 나타내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펜을 장식한 나전칠기는 전통 칠공예의 장식기법 중 하나인데요. 얇게 간 조개껍데기를 다양한 형태로 잘라 제품 표면에 끼워 넣어 꾸미는 것을 말합니다. 천연 도료인 옻칠은 외부 습기를 흡수하거나 방출해 항상 일정한 수분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나무로 만든 용품이나 금속류 등에 옻칠을 하면 막이 형성돼 오랜 기간 사용해도 제품이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런 나전 기법은 한국을 비롯해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아시아 일원에 널리 보급돼 있다고 합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에 참여한 아시아 각국 정상들도 장인들이 정성 들여 만든 장식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겁니다. 친숙하면서 특별한 선물이었던 셈이죠. 나전칠기 장식처럼 한국과 아세안 국가들이 향후 1,000년간 깊은 인연을 이어가길 기원합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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