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재판 진행 재판부 규탄 기자회견 열려
가수 구하라의 극단적 선택 후 전 남자친구의 불법촬영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던 재판부를 비판하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녹색당 등 ‘성적폐 카르텔 개혁을 위한 공동행동(공동행동)’은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재판부에게 “당장 사직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 사법부가 오히려 가해자 보호에 앞장서는데 이 땅의 여성들이 어떻게 존엄한 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구씨의 전 남자친구 최모씨의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의 오모 부장판사를 ‘성적폐 판사’로 지목하고 나섰다.
오 판사는 지난 8월 구씨와 교제할 당시 그를 불법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협박했던 최씨의 1심에서 협박, 강요, 상해 등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혐의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최씨의 범행이 우발적이었고 피해자 본인이 삭제를 요청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유출하지는 않았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 재판부는 판결에 앞서 관련 영상을 증거로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공동행동은 이에 대해 “피해자가 저항하거나 제대로 거절한 것이 맞는지를 묻고 과거 성이력을 따지는 2차 가해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온라인에서도 “법원이 피해자 배려는커녕 가해자 입장에서만 판단을 내렸다”며 오 판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그의 성범죄 관련 과거 판결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었다. 오 판사는 지난 8월 배우 고(故)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공지영 작가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해당 판결을 두고 “재판이 아니라 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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