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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같지 않다” 달라진 블랙프라이데이의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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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같지 않다” 달라진 블랙프라이데이의 위상

입력
2019.11.29 17:54
수정
2019.11.29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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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매장에서 한 직원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상품을 옮기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하탄에 위치한 매장에서 한 직원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상품을 옮기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내가 대기번호 1번이에요!” “아니야 당신은 두 번째야!”

미국의 최대명절 추수감사절인 28일(현지시간) 오후 2시, 한파에도 뉴욕 맨해튼 콜롬버스 광장에 위치한 대형 가전제품 매장 ‘베스트 바이’앞에는 개점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조금이라도 먼저 들어가려고 옥신각신 말다툼을 벌이는 일도 벌어졌다. 모두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을 대폭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고자 가족들과의 칠면조 만찬은 잠시 미뤄둔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족들이었다.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소매점들이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를 하루 앞두고 본격적인 할인 행사를 개시하자 미 전역에서 어김없이 이 같은 진풍경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블랙프라이데이의 의미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짧아진 연휴와 미ㆍ중 무역전쟁, 기상악화 등 다양한 악재가 두루 겹쳤다.

지난 27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제 소매업자들에게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 됐다”고 보도했다. ‘얼리버드(early birds)’ 쇼핑족을 잡기 위해 주요 유통업체들이 10월 말 핼러윈 시즌부터 일찌감치 할인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월마트는 추수감사절을 5주 앞둔 10월 25일에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월드마켓은 “한 달 내내 블랙프라이데이!”라는 광고문구를 내걸었다.

장기간 할인의 이면에는 유통업체들의 불안감이 있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이 늦어지면서 크리스마스까지 이어지는 연휴 쇼핑 시즌이 지난해(33일)보다 6일이나 짧아진데다 연휴 시작과 함께 미국 중북부 지방에 눈폭풍이 몰아쳐 교통대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미ㆍ중 무역협상이 해를 넘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가 취소되지 않을 경우 12월 15일부터 이들 제품의 가격이 오르는 것도 부담이다.

그 결과 많은 소비자가 블랙프라이데이 전 이미 쇼핑을 마쳤거나, 더 큰 할인폭을 기다리며 지갑을 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미소매협회(NRF)는 이번 쇼핑시즌 매출이 지난해 대비 4%가량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지만, 이미 이달 초 절반 이상이 쇼핑을 시작해 블랙프라이데이 전 4분의 1 이상 소비를 완료했다고 여론조사를 통해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들을 인용, “블랙프라이데이에 가장 싸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이 사라졌다”며 “판매자들은 점점 더 일찍 할인에 나서고 소비자들은 눈치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점점 더 오래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소비 트렌드의 변화도 블랙프라이데이 의미를 퇴색시키고 있다. 온라인 쇼핑의 증가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상시 할인과 빨라진 배송 시스템 덕에 더 이상 블랙프라이데이에 가게 밖에서 추위로 떨 필요가 없어졌다. 싼 가격만 따지는 것이 아닌 공익적 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주된 변화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18~35세 사이에서 환경 친화적 가치소비가 확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스스로 ‘에코쇼퍼’라고 밝힌 대학생 라일라 힌치클리프는 신문에 “업체가 내세우는 가치를 따져보고 소비를 통해 지지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블랙프라이데이를 보이콧하는 업체들도 등장하는 추세다. 캐나다의 화장품 브랜드 데시엠(deciem)은 업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성명에서 “지나친 소비는 지구에 큰 위협이 되고 있으며 우리는 더 이상 블랙프라이데이를 환경친화적인 이벤트로 보지 않는다”며 “29일 하루 동안 모든 매장과 온라인 홈페이지를 닫겠다”고 선언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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