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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대학노조 설립에 따른 대학 민주주의의 과제

입력
2019.11.30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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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시장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대학 대신에 다양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대학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학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구축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가와 시장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대학 대신에 다양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대학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학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구축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학에서 교수들의 노조 결성이 분주하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연합회(국교련)에서 산별노조 격인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동조합(국교조)’을 10월 25일 창립한 데 이어,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11월 초에 노동조합을 설립하였다. 12월 초에는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사교련)의 노조 발족이 예정돼 있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8월 교원노조법에 대해 ‘대학교수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향후 교원노조법 개정에 의해 교수노조 설립 근거가 구체적으로 마련되면 합법 노조로 등록하고 공식적으로 활동할 것은 분명하다.

이처럼 교수가 노동자인가에 대해 반대하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학 민주화의 견인이나 그 결과로서 대학에서 노조가 설립된 것은 상당히 오래되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에 ‘(대학)교원도 학생들에 대한 지도, 교육이라는 노무에 종사하고 그 대가를 받는 임금, 그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으로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냈다. 그런 점에서 교수의 임금, 교육과 연구 여건 등 복지후생 제고 활동도 필요하지만 고등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한 기본 전제로서 대학의 민주화와 자율화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

한국의 대학은 광복 이후 국립서울대학교설립계획안(국대안) 반대운동, 4ㆍ19혁명, 5ㆍ18민주화운동, 6ㆍ10항쟁, 최근 촛불집회 등으로 이어져 나타났듯이, 독재와 억압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한 저항의 발원지이자 진지였다고 할 수 있다. 1987년 민주화 투쟁 이후 대학 자율성이 후퇴하기 시작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였다. 1995년 ‘5ㆍ31 교육 개혁안’을 통해 교육경쟁력 강화가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공교육 시장화와 학교 민영화를 꾀했던 것으로, 국가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공립대 대신 사립대를 많이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후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였으며, 재정 지원을 미끼로 하여 각 국립대에 직선제 폐지를 평가 요소로 반영하여 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기 시작하였다. 그 후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직선제 폐지 시한을 제시하고 거부할 경우 지원금 전액 환수라는 최악의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지표를 통해 논문 실적과 보수를 연계한 성과 연봉제를 도입하여 세련되게 교수들의 자율성과 학문의 자유를 훼손시켰다.

최근 제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는 후기 지식 정보 사회에서 대학의 기능은 전문 인력의 생성 가치를 높이고 있다. 또한 대학은 소통하는 세계 시민을 양성하고, 개방적이고 이성적인 문화를 만들어감으로써 사회 발전과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선진국은 이미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해 온 대학 정책을 수정, 보완한 새로운 세계 통합과 지구촌 고등교육이라는 차원에서 대학 개혁 정책을 시도하고 있음을 우리는 예의 주시해야 할 것이다.

대학은 이처럼 미래를 향한 지식과 함께 그 지식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그러나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상상하는 것은 고립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기 때문에 대학은 학문공동체들이 생겨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대학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또한 교수, 학생, 조교, 강사, 직원, 동창 등 대학 구성원과 시민이 함께 대학 민주주의 과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가와 시장이 개입하고 간섭하는 대학 대신에 다양한 대학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대학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대학을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대학 자율성과 공공성의 원칙을 구축하는 첫걸음일 것이다. 작년까지 37년을 대학에서 부대껴 온 정년 퇴임자의 회한 섞인 바램이다.

조흥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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