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수정 경제전망… 반도체발 수출ㆍ투자 회복으로 내년 다소 개선될 듯
한국은행이 우리 경제가 올해 2.0%, 내년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발표한 직전 전망치에 비해 각각 0.2%포인트 낮춘 수치로,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역대 5, 6번째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다만 내년 경제는 미중 무역분쟁 완화, 반도체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중반 이후 개선되면서 올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한은은 이런 내용을 담은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종전 2.2%에서 2.0%로 하향 조정됐다. 한은이 올해 초 내놓은 전망치(2.6%)와 비교하면 하향 폭이 더 크다. 전망대로라면 올해 성장률은 지난해 실적치(2.7%)에 비해 0.7%포인트, 재작년(3.2%)과 비교하면 1.2%포인트나 낮아진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0.8%) 이후 10년 만에 성장률 2%선이 무너지는 상황은 피했지만, 한은이 성장률 집계를 시작한 1954년 이래 5번째로 낮은 수치다. 우리 경제 성장률이 이보다 낮았던 건 1956년(+0.7%), 1980년(-1.7%), 1998년(-5.5%), 2009년(+0.8%) 등 네 번뿐이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보다 0.3%포인트 높은 2.3%로 제시됐다. 민간소비(올해 대비 +2.3%), 설비투자(+2.1%), 상품수출(+2.2%)이 회복세를 보일 거란 예상에 기초한 것이다. 한은은 미중 무역분쟁 완화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수요 회복에 힘입어 수출과 설비투자가 개선되고, 민간소비 역시 소비심리 개선과 정부의 복지 지출 확대로 나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건설투자는 주택건설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올해(전년 대비 -4.3%)에 이어 내년(-2.3%)에도 위축될 것으로 봤다. 내년 반기별 성장률은 상반기 2.2%, 하반기 2.3%로 상저하고의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경기가 당분간 현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다가 내년 중반부터 완만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후년(2021년) 성장률 전망치는 2.4%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0.4%, 내년 1.0%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일부 공공요금 인상,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정부 정책 측면에서 물가 하방 압력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은이 1.3%로 전망한 내후년 물가상승률까지도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2%)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 저성장-저물가가 맞물려 경기 부진을 심화하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불식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식료품, 에너지 등 공급 측면의 물가 급변동 요인을 제거한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해와 내년 각각 0.7%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수 증감 규모는 올해 월 평균 28만명, 내년 24만명, 내후년 20만명으로 제시됐다. 40대 고용 부진의 결정적 요인인 건설업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지면서 고용 시장을 제약할 전망이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수출 회복에 따른 상품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올해(570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56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국내 대기업들의 해외법인 이익잉여금 회수(배당)로 올해 호조를 보였던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위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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