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상철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 췌장암 4기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새로 발생한 암 20만2,9180건 중 췌장암 건수는 6,555건으로 2.9%를 기록했다. 다른 암보다 발생빈도는 낮지만 조기진단이 어렵고 주변의 장기나 림프절로 쉽게 전이돼 예후가 좋지 않다. 유 감독도 황달 증세로 병원을 찾았다가 췌장암 진단을 받았다.
췌장은 복부 깊숙이 다른 장기들에 둘러싸여 있고,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발견이 힘들다. 그런데 췌장암을 경계해야 할 환자들이 있다. 바로 당뇨병 환자이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에 걸렸거나, 기존에 있던 당뇨병이 급격히 악화됐다면 췌장암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프랑스 국제질병예방연구소의 알리스쾨히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전체 췌장암 환자 중 약 50%가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고, 췌장암이 있는 당뇨병 환자의 50% 이상이 10년 이상 당뇨를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암등록본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흡연, 당뇨, 비만이 췌장암 발생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오랜 기간 당뇨병이 있을 경우 일반인에 비해 약 2배 정도 췌장암 발생률이 높다”고 덧붙였다.
전문의들은 당뇨병이 췌장암의 원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췌장암에 의한 이차적인 내분비 기능 장애가 당뇨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도 교수는 “췌장이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 등 호르몬을 분비하는 기능을 갖고 있어 췌장에 암이 발생하면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며 “췌장암이 발견될 당시 약 50~60%의 환자들은 당뇨병을 앓고 있었고, 당뇨병이 없던 환자의 과반수 이상이 2년 이내 당뇨가 발생했다”고 연관관계를 설명했다.
도 교수는 “당뇨병을 장기간 앓고 있거나, 가족력이 없는데 갑자기 당뇨병 진단을 받은 경우, 평소에 잘 조절됐던 당뇨가 갑자기 조절이 안 될 경우에는 췌장암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k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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